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를 풍자하는 연극이 모교에서 공연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에든버러의 명문 사립 고등학교 페티스 컬리지의 학생들은 블레어 전 총리의 정치 인생을 풍자하는 연극 '더 위치 블레어 프로젝트(The Which Blair Project)'를 학내 무대에 올렸다고 텔레그래프 신문이 13일 보도했다. 블레어 전 총리는 1966년부터 1971년까지 이 학교를 다녔다.
학교를 무대 배경으로 하는 이 연극에서 블레어 전 총리는 학생 회장이 되기 위해 친구 브라운과 신사협정을 맺은 뒤 약속을 파기하는 야심가로 등장한다.
총리 취임 전 재무장관을 지낸 브라운 현 총리는 교내 매점의 매상에 집착하는 불만에 가득찬 괴짜로 나오고,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학습 장애를 가진 머리 나쁜 미국 학생으로 묘사된다.
이 연극에서 블레어는 "내가 학생 회장이 된 뒤 6개월 후 그 자리를 너에게 물려줄게"라고 브라운을 설득하며 자신이 솔직한 사람이고 모두들 자신을 믿는다고 주장한다. 블레어와 브라운이 서로 번갈아 총리를 하기로 약속했다는 1994년 그라니타 레스토랑의 밀약을 상기시키는 장면이다.
블레어는 또 인근 학교에 세상을 폭파시킬 수 있는 레이저가 있다며 이 학교를 쳐야 한다고 음모를 꾸미고 학생들을 선동한다. 대량살상무기를 구실로 이라크 침공에 동참한 블레어를 비꼬는 것이다.
이 풍자극은 페티스 컬리지에서 역사와 정치학을 가르치는 데이비드 맥도웰 교사가 직접 썼다.
맥도웰은 자신의 연극이 "악의를 담고 있다기 보다는 재미 삼아 만든 것"이라며 "싸구려 개그"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블레어 전 총리가 학교를 다닐 때 교사였던 밥 로버츠는 블레어 전 총리에 대해 "가장 다루기 어려운 학생이었다"고 기억했다. 김진형 특파원 kjh@yna.co.kr (런던=연합뉴스)
블레어 전 총리가 학교를 다닐 때 교사였던 밥 로버츠는 블레어 전 총리에 대해 "가장 다루기 어려운 학생이었다"고 기억했다. 김진형 특파원 kjh@yna.co.kr (런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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