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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블로그] 파업으로 짜여지는 프랑스의 11월

등록 2007-11-14 22:02

날씨가 추워지고 있는 11월, 프랑스는 14일 부터 대대적인 노조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11월이 시작하기 바쁘게 이미 곳곳에서 파업이 일어나고 있는데, 그 첫 신호탄이 어부들로 부터 시작했다. 지난 11월 초부터 엄청나게 치솟는 석유와 연료비 때문에 국민들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반면 이익을 얻는 쪽은 정부이다. 부과세가 증가하므로 정부가 걷을 수 있는 세금은 그만큼 많아지기 때문이다. 이에 반발한 파업이 어부들이다. 어선에 공급할 연료비가 어부들의 분노를 일으킨 것이다. 지난 11월 8일엔 사르코지 대통령이 몸소 브르따뉴 지방의 어부들을 만나 해결방안을 벌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농수산부 장관이 해도 될 일을 대통령이 할일이 없어서 어부들을 만나러 갔다는 비난도 쏟아졌다. 소수민에 관심을 보이는 모습을 보이고 싶은 사르코지의 ‘쇼’이다.

지 난 11월 11일 일요일, 파리에서는 캐롤 부케, 조지안느 발라스코와 같은 연예인들이 집 없는 사람들과 거리에서 시위를 벌이며 ‘사회당이 현 정부의 빈익빈 부익부 정책에 반응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 연예인들이 나섰다’고 소리쳤다. 집이 없는 사람들은 시에서 제공하는 호텔에 기숙하게 되는데, 이름이 호텔일뿐 썩어가는 건물의 단칸방에서 3-4가족들이 웅크리고 살아가는 실정이다. 더군다나 이런 건물의 월세가 1,500유로나 하는데 시에서 50퍼센트를 부담하니 세금이 낭비되는 실정이 어처구니가 없다고 주장했다. 시라크 우파 정부이후 국가가 서민 아파트에 투자하는 재정은 날로 줄어들고 있고 반면 국가가 파리 시내에서 소유하고 있는 건물의 매매는 날로 늘어나 중국갑부나 아랍갑부들의 경쟁물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11월 13일 화요일 저녁부터 대중교통수단이 마비되고 14일부터 대대적인 공공노조 파업이 예고된 프랑스는 검은 한주일(la semaine noire)이 될 것으로 보인다. 14일 파업이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농후하며 곧 이어질 사법노조의 파업등등 11월은 한달은 파업으로 짜여지고 있다.

11월 9일부터 학생 노동조합(Union Nationale des Etudiantes Fraçaises)은 고등교육부 장관이 지난 여름 국민들이 휴가를 보내는 동안 벼락치기로 의회에서 통과시킨 페크레스 법안에 대한 반항을 시작, 20일 파업이 시작된다. 페크레스 법안은 ‘대학의 자율화’정책인데, 대학의 재정관리를 대학측에 맡긴다는 법안이다. 프 랑스 국립대학의 문제점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68학생 혁명이후 강화된 학생 노조는 대학의 행정과 경영에 관여 하는 등 그들의 권리는 늘 대학운영에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대학생 노조가 있다는 사실이 한국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일지 잘 모르겠으나 프랑스어로 ‘공부하다’는 동사는 일하다는 동사(Travaille)r와 같을 정도로 공부를 노동의 일부로 인식하는 경향이다. 한국어로 번역되는 공부하다(Étudier)는 구체적인 내용을 자세히 연구할때만 쓰인다)


그들이 반발하는 대학개혁 내용은 대학의 자율성을 강조하는 페크레스 고등 교육부 장관의 ‘대학 자율화’정책인데, 프랑스의 대학제도는 일부 사립대학을 제외하고 평준화된 일반 국립대학, 그랑제꼴이라하여 엘리트 위주의 대학기관 또한 정부에서 관리한다. 그러다 보니 자율성이 거의 없는 편이다. 재정을 비롯, 교수인용등 모두 정부산하에서 관리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재정적인 지원은 한계가 있고, 일부 과학계열의 대학을 제외하고 기업의 대학 투자는 전무한 편이다. 프랑스의 국립대학이 평준화되어 있다는 점이 부러울 수도 있지만 대학의 질적인 수준을 낮히는데 결정적인 요인이 되기도 하였고, 4년제 일반 국립대학을 졸업한 인문계 학생들의 실업률이 높아 국립대학의 평가는 해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학 파업이라고 쓰인 대학내 모습-AP연합

프랑스 국립대학의 가장 큰 문제점은 페크레스 법안이 강조하는 불안정하기 짝이 없는 개혁안에 달린 것이 아니라 대학의 재정적인 부분이다. 프랑스 국립대학의 재정은 늘 정부에 달려있기 때문에 대학내 시설이나 캠퍼스가 낙후되어 있다. 그리고 페크레스 법안 내용중 대학재정 관리를 대학에 전임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현 프랑스 국립대학의 개혁을 위한 구체적인 법안은 사실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법안에 대해 대학측의 반응은 뻔하다. 학생과 교수들을 비롯, 대학내 직원을 줄이고 대학의 질적 향상을 추구하는 것이다. 프랑스의 일반 국립대학은 학생들의 첫 입학 등록시 대학 스스로의 기준으로 선발할 수 없다. 1학년 등록의 경우 대학 자치구에 따라 학생 선발이 가능하고 최대한으로 학생들의 입학을 허용하여야 한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학생을 대학의 기준으로 줄일수도 없는 현실이다(학년이 올라가면서 학생을 성적순으로 탈락시킨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학생의 재등록이 금지된 것은 아니므로 학생수가 석사과정 이전에는 많이 줄어들지 않는다).

결국 대학은 학생수를 줄여서 성적순으로 선발하고자 할 것이고(프랑스 대학측의 오랜 요망이다), 그것은 학생노조의 반발을 일으키니 정부는 이 문제를 대학내에 갈등요인으로 발전시켜 정부는 노조문제에서 비껴나가는, 편법을 쓴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편법을 학생노조가 모르는 것이 아니다. 나라의 어려운 경제상황에 왜 젊은 학생들이 먼저 희생되어야 하느냐는 것이 그들의 반발 동기이다. 이미 40년 가까이 평준화되어 국가가 관리한 대학기관들이 과연 어떻게 자율성을 획득할 것인가는 의문이 제기된다. 기업의 투자는 전무한 상태이고, 대학입학 자격시험 통과율은 80퍼센트에 육박하는데 대부분의 학생들이 저렴한 일반국립대학에 입학해서 각종 학생편의제도를 누릴 수 밖에 없었던 것이 지금까지 프랑스 대학생들의 생활이었다. 그들에게 대학으로 가는 문을 좁힌다면 혼란이 우려될 것이다.

사르코지 정부는 재정난을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 공무원 삭감, 공공 서비스 축소, 지방법원 축소 등등 ‘축소’에만 전력을 추구하는 동시에 대통령과 장관의 월급은 2배로 올렸다. 석유값이 올라서 쾌재를 부르는 것도 정부이고, 돈이 된다면 이란과의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것도 현 정부의 태도이다. 좌파의 무능함, 좌파가 과연 존재하는지 의문스러울 정도로 그들은 현재 분열되어 있어 연예인들이 나서고 있지 않은가. 혹자에 의하면 죠스팽 총리 시절에도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보다 좌파는 권력흡수에 더 총력을 기울였다는 평가도 있다.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면 권력이 있어야 하겠지만, 믿을 있는 정부의 출현이란 이제 어느나라에서 가능할런지 의문이다.

무엇보다 사르코지 정부가 두려워 하는 것은 노조이다. 11월 동안 일어날 파업에서 사르코지 정부가 두 손을 든다면, 그는 결코 시라크가 이끌은 늙은 프랑스를 어떤 식으로든 변화시키는데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 만일 좌파가 단합되어 이번 파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사르코지 정부를 무능하게 할 수 있는 결정적인 계기로 만들 수 있다면 모를까, 기대할 수는 없다. 리베라시옹지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약 60퍼센트의 프랑스 사람들이 사르코지 정부의 경제정책이 이미 실패했다고 한다. 어떤 경제학자는 30년전 영국 대처의 긴축정책과 비교하면서, 사르코지는 그렇게 강력한 정책은 노조의 반응이 무서워 강행하지 못하고 슬슬 눈치만 보면서 진정한 개혁없이 노조의 분열을 추구하는 편법을 쓰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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