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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낙태선박’ 운영하는 네덜란드 의사 레베카 곰퍼르츠

등록 2007-11-16 14:54수정 2007-11-16 15:00

‘낙태선박’ 운영하는 네덜란드 의사 레베카 곰퍼르츠
‘낙태선박’ 운영하는 네덜란드 의사 레베카 곰퍼르츠
“‘여성 건강 선택권’ 논쟁 일으키는 게 목적”
낙태금지국 여성 싣고 공해상에서 중절약물 처방

“낙태를 반대하는 사람에게라도 인생에 한번쯤은 ‘어쩔 수 없을’ 때가 있을지 모릅니다. 그런 상황에 놓인 여성의 결정권 역시 존중해야 합니다. 그것을 돕는 게 제 일의 목적입니다.”

네덜란드의 급진적인 낙태옹호단체 ‘위민온웨이브스’(WoW)의 대표인 레베카 곰퍼르츠(41·왼쪽)는 엄청난 논란을 낳고 있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그가 보통 의사들과 다른 점은 배를 타고 낙태가 금지된 나라를 직접 찾아간다는 것이다. 그는 다른 의사들과 함께 ‘낙태선박’(오른쪽)에 여성들을 싣고 공해로 나간 뒤, 약물을 이용한 임신 중절 시술을 한다.

곰퍼르츠는 한때 환경보호를 강조하기 위해 과격한 시위를 서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그린피스의 선박에서 주치의로 일하기도 했다. 그는 세계를 돌아다니며 수많은 빈곤층 여성들이 불법 낙태 시술로 고통받는 현실을 목격한 뒤 ‘응급 피임을 합법적으로 하는 선박’이라는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다.

그와 동료 의사들은 2001년부터 아일랜드·폴란드·포르투갈 등으로 가 여성들에게 ‘RU486’ 같은 응급 피임약을 처방해 왔다. 아일랜드에 처음 간 날은 여성 200여명으로부터 ‘제발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폴란드의 항구에서는 대규모 항의 시위대가 페인트를 던지며 그들을 맞았다. 2004년 포르투갈에서는 군함 두대가 곰퍼르츠의 입항을 저지해 충돌을 빚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포르투갈에서는 낙태 논쟁이 촉발됐다. 이는 이듬해 사회당의 선거 승리로 이어졌고, 사회당 정권은 올 4월 국민투표를 통해 여성에게 낙태권을 부여했다.

시위·군함 충돌 등 파문…포르투갈 ‘허용’ 따내기도
그린피스 주치의 활동 “두려움 느낄 여유도 없었다”

네덜란드와 가까운 아일랜드와 폴란드 등 유럽에서 주로 활동해 온 그는 앞으로 활동 범위를 남미와 아프리카로 넓힐 계획이다. 해마다 200만건의 불법 낙태 시술이 이뤄지는데, 개도국이 97%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국제가족계획연맹(IPPF)은 해마다 7만명이 불법 낙태로 목숨을 잃는 것으로 추산한다.

곰퍼르츠 자신 역시 단체를 설립한 뒤 아이 둘을 낳았다. 그는 14일 〈가디언〉 인터뷰에서 출산 경험이 낙태권을 옹호하는 그의 신념을 더욱 굳히는 계기가 됐다며 “출산이라는 힘들지만 보람찬 과정을 거치며 자식을 정말 원해서 낳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뼈저리게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배 위에서 직접 시술할 수 있는 임신중절에는 한계가 있다”며 배가 방문함으로써 낙태와 여성 건강에 대한 각성과 논쟁을 촉발하는 게 목적이라고 밝혔다.


기독교 전통이 강한 서구에서는 낙태 옹호론자들이 암살당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곰퍼르츠는 “이 일이 이렇게 힘들고 위험한지 몰랐기에 시작할 수 있었다”며 “그동안 두려움을 느낄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빴다”고 말했다.

서수민 기자 wikka@hani.co.kr

사진 WoW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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