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좌번호등 담겨 범죄악용 우려…국세청장 사임
영국에서 2500만명의 개인정보가 담긴 정부 시디(CD) 두 장이 최근 분실된 사실이 밝혀져 영국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영국 국세청(HMRC) 직원은 지난달 18일 우편으로 시디 2장을 감사원(NAO)에 보냈으나 배달되지 않았다. 그는 규정을 무시하고 배송·등기 처리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직원은 3주 뒤에야 분실 사실을 상부에 보고했다. 이 자료에는 정부의 ‘아동 수당’을 받는 725만 가구, 2500만명의 이름·주소·생일·은행계좌번호 등이 담겨 있다. 범죄 악용을 우려한 경찰 등이 샅샅이 뒤졌지만 아직 시디를 찾지 못했다고 <비비시>(BBC) 방송이 20일 전했다.
영국 정부는 이번 사태와 관련한 민원을 접수하는 ‘핫라인’을 가동하고, 국민들에게 자신의 은행계좌를 확인하도록 당부했다. 각 은행은 비상경계에 들어갔다. 정부는 불안한 국민들이 한꺼번에 은행계좌나 비밀번호를 바꾸면서 금융대란이 일어날까 우려하고 있다. 경찰은 아직 분실자료가 범죄 행위에 쓰인 흔적은 발견하지 못했다.
고든 브라운 총리는 21일 “깊은 유감의 뜻을 전하며, 자료 분실에 따른 불편과 걱정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앞서 알리스터 달링 재무장관은 “치명적 실수를 저질렀고, 매우 유감스러운 사건”이라며 20일 의회에 자료 분실 사실을 밝혔다. 국세청장은 사태의 책임을 지고 8개월 만에 물러났다. <가디언>은 “국가와 국민들 사이의 가장 근본적인 신뢰가 깨졌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개인정보를 대규모로 한 곳에 모으는 것에 대한 비판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빈스 케이블 자민당 총재대행은 “국민들이 신분증 제도 도입에 필요한 광범위한 정보 집적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느냐”고 비난했다.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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