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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러시아 총선 D-10…‘유권자는 없고 푸틴만’

등록 2007-11-23 00:46

`푸틴에게 투표하자', `12월2일-푸틴의 선거'

모스크바를 비롯한 러시아 주요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플래카드 내용이다. 얼핏 보면 러시아에서는 지금 국가두마(하원) 의원이 아닌 대통령 선거가 한창인 듯 하다.

오는 12월2일 실시되는 총선이 10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이번 선거는 그야말로 지난 8년간 집권해 온 푸틴 대통령에 대한 신임을 묻는 국민 투표를 실시하는 듯한 분위기다.

일간 네자비시마야 가제타는 22일 러시아는 지금 총선을 대선으로 착각하고 있고 여당인 통합러시아당은 자신들을 위한 선거가 아닌 국민투표를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아무리 푸틴 대통령이 여당의 비례대표 1번으로 나섰다고 하지만 지금 전개되는 선거 상황이 결코 바람직하지 않음을 비유적으로 꼬집고 있다.

11개 정당이 참여한 이번 총선은 지난달 초 푸틴 대통령이 통합러시아당 당 대회에서 비례대표 1번을 맡아 총선을 승리로 이끌겠다고 하면서부터 이미 끝난 게임이나 다름없었다.

개정 선거법에 따라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로 처음 실시되는 이번 선거에 돈과 조직이 없는 군소정당은 아예 선거에 나설 엄두도 내지 못했다.

또 녹색당 등 몇개 정당은 서류 심사를 통과하지 못해 아쉽게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지난 3일부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됐지만 든든한 `배경'을 가진 통합러시아당을 제외하곤 과연 어느 정당이 이번 선거에 나오는지 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 온통 여당 일색이다.

심지어 유권자들을 만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인 TV토론회에 여당은 참여조차 하지 않고 있지만 여론조사 결과는 60%를 넘고 있다.

가장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통합러시아당은 63%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고 나머지 정당 중 유일하게 공산당이 의회 진출 가능 득표율인 7%를 넘고 있는 상황이어서 러시아 의회가 2개 정당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물론 크렘린이 미디어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감시단체에 따르면 지난달 조사에서 3개 국영 채널이 전체 뉴스 시간 중 약 17%를 통합러시아당에 할당했다.

편향 보도 및 관권 선거에 대한 야당의 불만이 클 수 밖에 없다.

특히 2000년 대선 당시 푸틴을 지지했던 우파연합의 반발은 거세다.

우파연합은 푸틴 대통령의 여당 후보 자격을 문제삼아 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기각을 당했지만 친여 세력들이 야당 후보들에게 뇌물 공세에, 협박까지 일삼는 등 야당의 선거운동을 방해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우파연합 지도자인 보리스 넴포츠는 "권력에 있는 사람들의 잔인성과 냉소주의가 러시아의 큰 문제 중 하나"라면서 "그들은 오직 자신과 자신의 호주머니만을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파연합의 한 후보는 최근 한 방송 인터뷰에서 "연금수령자들이 자신의 표를 100-200루블에 팔고 있는데 돈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 항의를 하고 있다"며 부정 선거 의혹을 제기했다.

이런 가운데 21일 북카프카즈지역 다게스탄에서 야당인 야블로코당 후보가 자신의 집 앞에서 총격을 당해 중태에 빠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야당들은 현 선거 상황이 심각하다고 보고 정파를 떠나 오는 24일 모스크바에서 대규모 집회를 가질 계획이다.

여당 지지자들은 최근의 경제성장을 보면 여당이나 푸틴 대통령에 대한 러시아 국민들의 지지는 당연하다는 의견이다.

푸틴 대통령을 지지하는 청년단체인 `나쉬'의 한 회원은 "푸틴 없는 생활을 상상한다는 것은 고통이다"라고 말했다.

`푸틴을 위하여'라는 단체는 다음 주 푸틴 대통령의 3선 연임에 찬성한다는 3천만명의 서명이 담긴 서명부를 크렘린에 전달할 예정이며 공식적으로 푸틴 대통령을 `국부(國父)'로 선언할 계획이다.

그러나 분석가들은 이 같은 총선 양상이 서방으로부터 들려오는 `민주주의 퇴보' 비난을 오히려 부채질하는 것 아니냐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모스크바 소재 카네기 센터의 정치분석가 니콜라이 페트로브는 "러시아는 카자흐스탄과 같은 구소련 국가들과 비슷하다"면서 "러시아 정당 제도를 발전된 민주주의와 비교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비평가들은 3선 연임을 하지 않겠다고 한 그가 총선에서 승리, 권력에 남아 앞으로 러시아를 어떻게 이끌어 갈 지 모르지만 크렘린과 여당이 이번 선거가 대선이 아닌 총선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 국민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남현호 특파원 hyunho@yna.co.kr (모스크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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