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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블로그] 파업은 종료되지 않았다

등록 2007-11-27 18:51

지난 11월 20일 프랑스 시위 장면. ⓒ 한겨레 블로그 헤버즈
지난 11월 20일 프랑스 시위 장면. ⓒ 한겨레 블로그 헤버즈
프랑스 총파업 사실상 종료…파업이긴 사르코지의 개혁 ?

SBS 뉴스에서 나온 멘트에 조금 황당한 느낌이다. 파업은 종료되지 않았다. 중단된 상태일 뿐이다. 오늘도 노조와 정부 대표는 협상에 들어갔으며 월급인상과 특별 연금제도에 대한 일부 수정안에 합의를 보고 있다고 보도된다. 참으로 재미있는 사실은, 한국에서 마치 사르코지가 노조를 눌렀다고 보도되는 것이다. 사르코지가 한국의 매디아도 수렴했나 ? 한국은 프랑스의 노조문제에 그만큼 민감하단 의미인가?

프랑스의 중도파 언론들은 오히려 노조의 승리라고 말하고 있다. 1995년처럼 최악의 상황까진 이어지지 않았지만 95년 이후 이처럼 오랫동안 지속된 파업은 없었다는 것을 한국 언론은 간파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리고, 지금까지 프랑스 노조의 활동이나 프랑스 사람들의 변화잦은 정치 성향을 보더라도, 사르코지는 한시름 놓았다 뿐이지 그가 노조를 눌렀느니 어쩌고 하는 표현은 시기 상조이다.

한국 신문에는 70퍼센트라고 나온 파업반대 지지율은 사실 68퍼센트이며 그것도 우파 신문이자 사르코지 정부의 고문을 맡은 기자들의 소속인 <르 피가로> 신문의 통계이다. 파업이 끝나자 사르코지는 마치 승리를 얻은 것처럼 의기양양했고 사회당은 파업 기간동안 목소리 한번 제대로 크게 내지 못하고 현 집권당의 험담 늘어놓기에만 바빴다. 세골렌 르와얄과 트로스키주의자 올리비에 브장스노는 12월 3일 샹젤리제 극장에서 ‘궁지에 몰린 좌파’에 대한 토론회를 가지기로 했다.


지난 11월 20일 화요일엔 공공노조, 전교조, 간호사 노조 등등이 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였었는데, 현직 초등교사 평균 월급이 1,200유로, 300유로 보너스가 지급되지만 보너스는 연금 계산에 포함되지 않으니 초등교사의 불만이 집중되었다. 고등교사들의 월급은 한달 3,000유로를 조금 넘는데, 독일과 비교해 볼 때 월급이 낮은 수준이라고 한다. 게다가 정부는 내년 은퇴하게 되는 2만명의 교직자를 다시 채울 생각이 없다고 발표했고, 사르코지 대통령은 이 정책을 합리화하기 위해 ‘교사들에게 정중히 보내는 편지’를 40만 유로의 종이, 우표값을 들여서 전국의 교사들에게 보낸적이 있다. 교사들은 요즘 같은 인터넷 시대에 메일은 어디다 두고 쓸데없는 비용을 들여서 별로 유쾌하지 않은 편지를 보내느냐고 항의했었다.

…파업 와중에 일부 과격 노조원들이 이날 새벽 TGV 노선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케이블 방화와 철로 및 신호시스템 파괴 등 최소 20여건의 설비를 파손한 사례가 신고됐으며, 이로 인한 TGV 운행 지연 사태가 속출했다. 한편에서는 업무에 복귀하는 철도 근로자들이 점차 늘어나 파업 동력이 갈수록 떨어졌다…

…라고 한국 신문에는 보도 되었는데, 사실 그 사보티지 행위가 누구에 의한 것인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태이다. 과격 노조원들이라고 추측될 뿐, 동시다발적으로 이런 파손사태는 노조 파업 역사에 있지도 않았고, 노조원들도 이 사건으로 충격을 받았으며 피용 총리는 노조원들을 범죄자로 몰아 넣는 표현을 국회에서 큰소리로 떠들어 파업 반대여론을 증폭시키려 하였다.그러나 지금 누가 그 파렴치한 짓을 했는지 아무도 모르고 아무도 알고 싶어 하지 않는지 그 이후 한마디의 언급도 없다.

파업이 시작된 이후 어떤 프랑스 친구가 말했다.

‘나는 요즘 텔레비젼은 보기가 싫어. 이거 완전 시청자를 바보 취급하잖아. 아니 파업을 했음 하는 거지 그렇게 대대적으로 떠들건 뭐며 파업하는 사람들을 마치 일하기 싫은 사람들로 몰아세우는 건 또 뭐냔 말이야’

나는 그에게 동의하지만, 문제는 뉴스를 시청하는 80퍼센트의 사람들이 사실 보여주는 그대로 세뇌당하기 쉬운 사람들이며 나 또한 뉴스를 듣지도, 보지도 않으려고 하지만 보기 시작하면 정말 그런 것이 아닐까 헷갈리니 매스미디어의 영향은 현대 정치에 있어서 필수 불가결한 무기인 것이다.

내 블로그를 자주 오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나는 온건좌파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다. 내가 가진 것 이상을 가지고 싶어 쉽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덤벼드는 짓을 하는 사람들은 흉내도 잘 못내고, 그냥 가지고 있는 선에서 만족하되 가급적이면 이웃들도 다 어느정도 살아서 더불어 비슷하게 잘 살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고 부자들, 드넓은 아파트와 최고급 자가용, 명품만을 즐겨쓰는 사람들의 근처에도 가기 싫은, 내 대뇌의 삼분지 일의 사고방식은 약간 불그죽죽하게 돌아가는 사람이다.

지난 11월 20일 시위장면

그래서 사르코지 정부가 갑부들의 배를 불리고자 유산상속세를 전면 폐지 하고 공기업 특별연금제도롤 개혁한다는데 (나는 그 정책이 '개혁'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도 동의하고 싶지 않다) 공공노조가 파업을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국민들 중 65퍼센트는 자기 일에 방해 받는 것이 싫은 사람들이다. 대중교통 파업으로 직장에 나가지 못해 월급이 깎이거나 그것이 두려워 어렵게 직장에 나가는 사람들은 이 파업을 지지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파업은 코앞에 닥친 일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불편하고 부적당할지 모르겠으나 집권정부의 새로운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의사표현의 중요성을 따진다면 미래를 위해 무시할 수도 비난 할 수도 없다고 생각한다.

정년퇴직을 앞둔 말단 철도 직원의 한달 월급이 1,800유로 정도까지 올라갈 수 있고, 본인의 능력의 여부나 취향을 떠나서, 그것은 누군가는 해야할 직업이다. 당신이 삼성이라는 회사에서 이사라는 자리를 차지 하고 있어도 교통이 마비되면 꼼짝 없이 좋든 싫든 노조를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이런 기회가 아니면 그런 하잖고 힘든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을 느낄 수나 있을까?

프랑스의 평범한 말단 철도 직원의 하루는 아침 6시에 시작해서 저녁 6시에 끝나거나 야간 업무도 잦다. 그들 대부분은 파리 시내에서 살지도 않고 도시 외곽 서민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가난한 사람들이다. 그들이 꿈꾸는 것은 오직 하나 55세이후 정년퇴직하여 연금으로 그나마 여유있게 조용히 살고 싶은 것인데, 내년부터 60세로 연장한다는 것이 부당한 처사로 받아들여질 수 밖에 없다. 비록 일하는 햇수에 따라 연금이 올라간다고 해도, 의사 표현은 하고 싶은 것이다. 파업이 노조의 의사표 현이 될 수 있는 프랑스, 그것은 프랑스 노조가 누리는 유일한 사치이자 힘이다. 그런데 일이 하기 싫어서 파업을 한다는 일부의 여론을 몰고가는 사르코지의 방법론에 휩쓸려 가는 한국의 언론에 유감을 느낀다.

일본 NHK에서 11월 20일 시위에 참여한 노동자를 인터뷰하고 있다. 일본 사람들에게 어떻게 통역되고 있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 한겨레 블로그 헤버즈
일본 NHK에서 11월 20일 시위에 참여한 노동자를 인터뷰하고 있다. 일본 사람들에게 어떻게 통역되고 있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 한겨레 블로그 헤버즈

이번 파업에 참관한 어떤 철도 직원은 파업으로 인해 한달 월급이 삭제된다고 하더라고 끝까지 밀고 나가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하였다. 월급은 당장 깎이겠지만, 미래를 위해서 노조의 권리를 포기할 수 없다고 강경하게 말하기도 하였다. 일단 파업은 중단되기로 합의를 보았지만 이번 파업이 크리스마스 휴가가 끝난 내년 1월 또 다시 시작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대학 자율성을 부여하는 페크레스 법안에 대한 대학생들의 반대 활동은 계속 되고 있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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