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외곽의 빌리에르벨 지역 청소년들이 26일, 하루 전 벌어진 10대 소년 2명의 사망사고에 항의하는 뜻으로 경찰차를 부수고 그 위에 올라서 기뻐하고 있다. 빌리에르벨/AP 연합
이민자 밀집지역 이틀째 시위…경찰에 총기 발사 77명 부상
10대 2명 경찰차 충돌 사망이 발단…“2년 전보다 훨씬 심각”
10대 2명 경찰차 충돌 사망이 발단…“2년 전보다 훨씬 심각”
프랑스 파리 외곽 이민자 밀집지역의 젊은이들이 경찰과 이틀째 충돌해, 2년 전 대규모 소요사태가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이번 시위는 2005년 전국적으로 3주간 계속된 소요와는 달리, 시위대가 경찰에 총기를 사용하고 있어 더욱 심각한 국면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27일 보도했다.
프랑스 경찰노조 시네르지의 파트리스 리베이로 사무총장은 “폭도 가운데 재래식 무기와 사냥용 총을 사용하는 진성 게릴라들이 포함돼 있다”며 “현재 경찰은 2005년 소요 때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시위대가 발사한 소총에 맞아 진압 경찰이 어깨를 다치는 등 80여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이날 프랑수아 피옹 총리와 함께 빌리에르벨 시청을 방문한 미셸 알리오 마리 내무장관은 “경찰한테 사냥용 무기를 발사하는 행위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하며 빌리에르벨에 경찰 병력을 증강하겠다고 약속했다.
시위는 지난 25일 밤 파리 북쪽 20㎞에 있는 빌리에르벨에서 미등록 오토바이를 타고 최고 속력으로 달리던 10대 두 명이 순찰차와 부딪혀 숨지면서 벌어졌다. 사고 뒤 현장으로 몰려든 10대 청소년 100여명은 “경찰이 사고현장을 방치했다”며 시위를 벌였고, 이어 시위는 인근 다섯 지역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시위대는 26일 밤까지 이틀째 화염병 등을 던지며 순찰차 등 차량 60여대를 비롯해 주유소·경찰서·학교 등 10곳 가까운 건물에 불을 질렀다. 이에 경찰이 최루탄과 고무탄을 쏘며 진압에 나섰고, 방화혐의 등으로 10여명을 체포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은 전했다.
경찰은 이번 사고가 신호를 무시한 10대들이 일으킨 단순한 사고라며, 해당 경찰관들은 구급차를 부르는 등 적절한 구호조처를 취했다고 밝히는 등 진화에 나섰다. 또 현재 감찰 당국은 과실치사 여부 등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사망자 가족 등은 경찰이 응급조처를 취하지 않고 사고 현장을 떠났다고 반박하며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정부는 이번 사건이 2005년 11월 이민계 10대 두 명이 경찰을 피해 달아나다 감전돼 숨진 뒤 전국적으로 3주간 계속된 소요사태처럼 크게 번지지 않을까 긴장하고 있다. 또 아랍·아프리카 출신 이민자 후손들의 실업과 차별 등 쌓였던 불만이 폭발하면서 사회통합 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중국을 방문 중인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사건을 보고받은 뒤 “책임을 가리기 위해 엄정한 사법당국의 조사가 진행될 것”이라며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모두 진정할 것을 주문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2005년 내무장관으로 소요사태에 강경으로 대응해 이를 악화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이번에는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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