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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회사지분 고스란히 직원들 몫으로

등록 2007-12-11 21:15

영국 런던의 사업가 리처드 울프
영국 런던의 사업가 리처드 울프
영국 사업가 울프 ‘아름다운 은퇴’ 감동
30여년간 ‘인간 존중’ 회사 경영뒤 ‘종업원 지주회사’로
경쟁사 넘어갈 위기서 마감 4분전 과반지분 극적 확보

영국 런던의 사업가 리처드 울프(60·사진)에게는 부와 사회정의 모두가 중요했다.

울프는 1974년 동업자 콜린 클라크와 비즈니스·금융 소프트웨어 업체 ‘트레이스’를 세웠고, 회사는 15년 뒤 런던증권거래소에 상장됐다. 런던의 공공기관과 금융기관, 부동산 기업들이 주요 고객들이었다.

울프와 클라크는 수십년간 한번도 싸우지 않으며 사이좋게 회사를 운영했다. 이들은 기본급 외에 별다른 보수를 챙기지 않았고, 직원들을 존중하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20년간 근무한 한 직원은 “그곳에서 나는 숫자가 아니라 인간이라고 느꼈다”고 분위기를 설명했다.

문제는 울프가 23%에 달하는 자신의 회사 지분을 정리하고 은퇴를 하려고 하면서 시작됐다. 많은 주식을 한꺼번에 처분하면 주가가 폭락할 것이 자명했기 때문이다. 이익만을 따진다면 회사의 인수를 노리는 외부 자본에 지분을 넘기거나, 나머지 회사 주식을 사들여 회사를 분할 매각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었다.

그러나 울프는 그런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 나치의 박해를 피해 살아남은 울프의 부모는 그에게 사회 정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가르쳐 왔다. 1960년대 대학에서 국제사회주의 운동에 가담한 울프 역시 부유층 친구들이 부모의 회사에 들어가 쉽게 돈을 버는 것을 보며 “그런 방식으로 돈을 벌고, 돈을 쓰지 않겠다”고 다짐한 터였다.

울프가 생각한 길은 30년 넘게 동고동락한 직원들 200명에게 회사를 돌려주는 것이었다. 그는 회사의 상장을 폐지하고, 지주회사 ‘튤립’을 설립해 자신의 지분을 포함한 모든 회사의 주식을 사들여 95%를 직원들에게, 5%를 자선 재단에 넘긴다는 방안을 생각해냈다.


울프와 뜻을 함께 한 주주들의 합의로 잘 진행되던 이 계획은 경쟁사인 마이크로젠이 트레이스의 인수전에 뛰어들며 복잡해졌다. 마이크로젠은 지주회사보다 훨씬 높은 값을 제시했고, 트레이스의 사외 이사들이 주주에게 이익이 되는 제안에 호감을 표시한 것이다.

결국 울프는 자신의 지분을 지주회사에 더 낮은 값에 팔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닌 끝에 마감 4분 전에 50%가 넘는 지분을 간신히 확보했다. 이로써 트레이스는 직원들이 경영권을 행사하는 종업원지주회사가 됐다.

<파이낸셜타임스>는 8일 세계 금융 시장의 심장인 런던에서 상장한 회사가 더 낮은 값을 제시한 입찰자에게 팔린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라며, 만약 울프가 이번 입찰전에서 마이크로젠에 ‘졌다’면 70만파운드(약 13억원)정도를 더 벌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울프는 “나를 추켜세우지 말라”며 “그게 옳은 일이라 행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서수민 기자 wikk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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