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가 13일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군의 위안부 강제동원과 관련해 일본 정부의 사과와 보상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표결에 부쳐 출석의원 57명중 54명의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유럽의회 차원에서 처음 채택된 결의안은 한국.네덜란드.필리핀의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유럽지역을 순회하며 그 만행을 고발하는 순회 캠페인에 나선 지 한달 보름여 만에 성사된 것이다.
한국의 길원옥(79), 네덜란드의 엘렌 판 더 플뢰그(84), 필리핀의 메넨 카스티요(78) 등 3명의 할머니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윤미향 상임대표와 함께 유럽연합(EU)과 유럽일대를 돌며 EU차원의 결의안 채택 캠페인을 벌여왔다.
유럽의회의 결의안 채택에 앞서 지난달 8일 네덜란드 하원에서 결의안이 통과된 것도 이 순회 캠페인의 결실이다.
그동안 위안부 할머니들은 네덜란드, 유럽의회, 독일, 영국 등을 차례로 방문해 의회 의원들을 면담하고 기자회견을 하는 한편 현지 일본 대사관에 서한을 전달하는 등 여론형성에 주력해 왔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브뤼셀의 유럽의회에서 처음 열린 일본군 위안부 청문회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청문회에 출석한 할머니들의 일제 만행에 대한 생생한 고발과 증언은 EU 27개 회원국의 관심을 촉발시킨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이다.
2차대전 당시 어린 나이에 일본 군에 끌려가 겪었던 온갖 고초와 수모를 울먹이며 쏟아낸 할머니들의 통한의 절규는 위안부 피해를 '유럽과 상관없는 아시아 지역의 문제'로 여겨온 유럽인들의 인식을 일거에 바꿔놓은 셈이다.
결국 할머니들이 호소해 온 대로 이 문제는 아시아 지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인류 전체가 각별한 관심을 갖고 해결해 나가야 할 여성인권에 관한 중차대한 사안임을 유럽인들이 인정했다는 반증이다
비슬라우 스테판(폴란드) 유럽의회 의원이 이날 결의안 통과의 의미를 설명하면서 "유럽의회 차원에서 처음으로 결의안이 채택된 것은 일본 정부에 도덕적 책임을 인정하도록 촉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혀 이런 유럽측 기류를 뒷받침했다.
유럽의회의 결의안 통과는 지난 7월 미 하원을 시작으로 네덜란드 하원, 캐나다 연방하원에 이어 4번째인 점을 감안해볼 때 앞으로 일본 정부를 상대로 위안부 강제동원에 대한 책임인정을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는 갈수록 거세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명조 특파원 mingjoe@yna.co.kr (스트라스부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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