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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독일노조 ‘각개약진’ 산별체제 깨지나

등록 2007-12-26 19:21수정 2007-12-27 01:33

기관사·의사 등 개별파업 증가세…연대·평등주의 약화 우려
“대규모 노조체제 끝났다” “해체 수준 아니다” 평가 엇갈려
산별노조의 본향인 독일에서 산별노조 체제가 약화하며 노동운동의 분권화가 가속화하고 있다.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은 25일 “독일 노조 체계가 재정립되면서 경제 질서에 근본적이고 중요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독일 국영철도 기관사노조(GDL)는 최근 임금 13% 인상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1월 초에 독자적으로 파업을 강행하겠다고 경고했다. 기관사노조는 지난 11월에도 파업을 벌여 화물운송을 사실상 마비시켰다. 그동안 노동운동에서 별다른 영향력이 없었지만, 최근 몇달간 수차례 독자적 파업으로 이익 관철에 나선 것이다. 과거 서비스노조 산하에서 직종에 상관없이 산별교섭체제에 따라 함께 행동하던 양태와 많이 달라진 것이다.

지난해에는 의사노조가 오랜 노동시간이나 능력 등을 충분히 보상받지 못한다며 독자적 파업을 벌였다. 조종사노조는 이미 2001년 개별 파업을 벌이면서 30% 임금인상을 얻어냈다.

사용자와의 산별 중앙교섭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개별교섭이 확대돼 직종 및 기업별 노조의 다양한 요구가 수용되지 않으면 파업으로 이어지면서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다. 과거 ‘교과서적 노동운동’이라고 평가받을 만큼 거대 산별노조와 사용자가 대립하면서도 이해관계를 협력적으로 조정하던 독일 노동운동이 크게 달라진 것이다.

홀거 렝펠트 하겐대학 교수는 “기관사 노조의 파업은 과거의 연대의식과 대규모 노조 중심 체계의 끝을 의미한다”며 “모두가 자신의 이익을 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악셀 브로버 라비노비치 독일노총 대변인은 “과거 분열 탓에 나치 체제를 막지 못했다는 반성에서 1945년 이데올로기적·사회적 분열을 막기 위해 중앙 노조가 만들어졌다”며 분열과 연대의식 약화를 우려했다. 8개 산별노조의 연합체인 노총이 노조활동 및 임금교섭에서 영향력을 점점 잃으면서 연대와 평등주의도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독일노총 산하 노조가입자는 1991년 1250만명의 절반 수준밖에 안 된다. 지난해 의사노조 파업을 이끈 프랑크 울리히 몽고메리는 “평등주의 때문에 저임금 노동자만 혜택을 입을 뿐 능력 있는 직종은 제대로 대우받지 못한다”며 “동일임금은 과거의 일이며, 오늘날과 같은 경쟁사회에서는 능력에 따라 보상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별교섭으로 산별교섭에 따른 여러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탈집중화·분권화 흐름은 노동환경의 변화와 맞물려 있다. 과거의 대량생산·대량소비 시스템이 바뀌면서 경쟁체제가 강화됐다. 또 노조 조직률과 산업집중도 하락 등의 환경변화로 기업별·직종별 노동환경 등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한국노동교육원 이승협 교수는 “1990년대 중반부터 분권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산별체제가 해체됐다고 볼 정도는 아니다”라며 “연대의식이 약화되고는 있지만, 산별노조 체제에서 기본적 기준을 갖고 각각의 근로조건 등에 맞춰 ‘개방조항’ 등을 두면서 유연성을 강화하는 ‘조정된 분권화’라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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