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전달 합의…미 중동 전략 큰 부담 전망
러시아가 내년 이란에 최첨단 S-300 대공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이란이 미국의 패트리엇 미사일에 맞먹는 막강한 대공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갖추게 됨을 뜻해, 미국의 중동 지역 군사전략에 적지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모스타파 모하마드 나자르 이란 국방장관은 26일 “과거 러시아와 맺은 계약에 따라 신형 S-300 대공 미사일 방어 시스템이 이란에 전달될 것”이라며 “이는 이란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이 증대되고 있음을 뜻한다”고 밝혔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 역시 익명의 러시아 군 당국자를 인용해, 수십여대의 S-300 미사일 시스템이 전달될 것이라고 확인했다. 앞서 러시아는 올해 초에도 2년 전에 계약된 ‘토르-M1’ 대공미사일 방어 시스템 29대를 이란에 제공했으며, ‘S-300’은 ‘토르-M1’의 고공 정확도를 대폭 높여줄 수 있는 보완 시스템이다.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우려해온 미국 입장에서, 이란의 첨단 대공방어 시스템 확보는 핵무기 개발 못지않은 부담이다. 이란의 핵무기 관련 시설에 대한 공습 등 재래식 무기를 이용한 제압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미국의 민간 국제정보분석기업인 ‘스트랫포’는 러시아가 무기를 간절히 원하는 이란과, 이란으로의 무기 판매를 강력히 저지하려는 미국 사이에서 더 좋은 조건을 얻어낼 수 있는 ‘꽃놀이패’를 쥐고 있다고 26일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 문제를 계기로 중동과 옛 소련 문제가 통합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는 이란 문제를 통해 자국 내 문제에 대한 미국의 양보를 얻어내려 하고, 이란은 러시아를 이용해 대미 협상력을 제고하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또 “미국 입장에서는 러시아를 달래야 하지만, 그 대가로 (러시아가 원하는) 코소보 독립 포기와 옛 소련지역 내의 불간섭 등을 인정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수민 기자 wikk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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