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 성공…부정선거 시비로 후유증 예고
5일 실시된 그루지야 대선에서 미하일 사카쉬빌리 전 대통령이 52.8%의 득표율로 당선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6일 보도했다.
그루지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레반 타르크니쉬빌리 위원장은 이날 밤 "전체 3천512개 투표소 중 44개 해외지역 투표소를 제외한 개표 결과 여당인 `국민운동당'의 사카쉬빌리 후보가 52.8%를 득표했다"고 밝혔다.
사카쉬빌리의 강력한 경쟁자로 9개 정당이 연대한 `국민의회' 후보인 레반 가체칠라드제는 27%를 득표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50%가 넘는 득표율로 사카쉬빌리의 당선이 확정됨에 따라 이후 결선 투표도 열리지 않게 됐다.
그루지야 선거법상 1차 투표에서 1위 후보가 과반 득표를 하지 못할 경우 2주 내 1,2위 후보 간 결선 투표를 하게 돼 있다.
선관위 대변인은 "나머지 해외 투표소의 개표가 최종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면서 사실상 사카쉬빌리의 승리를 선언했다.
그루지야 최대 재벌로 선거운동 과정에서 자신에 대한 암살설을 주장한 바드리 파타르카치쉬빌리를 포함한 다른 5명의 야권 후보들은 0.1-7%의 저조한 득표율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반정부 시위로 정치 생명의 위기를 맞이한 사카쉬빌리는 야권의 사임 압력에 조기 대선 실시라는 강수를 띄었고 대령직을 사임하면서 재선에 도전, 야당의 견제를 물리치고 당당히 승리하면서 2003년 장미혁명의 주역다운 저력을 다시 한번 발휘했다.
사카쉬빌리는 2004년 1월 대선 당시 96%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유럽 국가 원수 중 최연소인 36세의 나이로 당선됐다.
사카쉬빌리는 전날 출구 조사 발표 직후 "내가 승리한다면 그루지야 내 모든 정치 세력들과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등 해외 선거 감시단은 이번 선거가 비교적 공정히 치러진 것으로 평가했고 미국도 해외 감시단의 평가를 존중, 선거 결과에 승복할 것을 그루지야 야당 측에 촉구했다.
그러나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이번 선거는 야당에 대한 명백한 탄압으로 오점을 남겼다"면서 "해외 감시단의 보고는 성급했고 수박 겉핥기식이었다"고 비난했다.
이날 가체칠라드제를 포함한 야당 세력은 이번 선거를 부정선거로 규정하면서 7천여 명의 지지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수도 트빌리시에서 대규모 항의 집회를 갖는데 이어 8일에도 시위를 벌일 예정이어서 선거 후유증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1991년 소비에트 붕괴와 함께 독립한 그루지야공화국의 제5대 대통령 취임식은 오는 20일 열릴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대선과 함께 실시된 그루지야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과 올 봄 총선 실시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에서는 유권자의 61%가 나토 가입을 지지했으며 올 봄 총선 실시에 대해서는 63%가 찬성했다.
남현호 특파원 hyunho@yna.co.kr (모스크바=연합뉴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