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이집트를 방문한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새 연인 카를라 브루니와 함께 기자 피라미드 주변을 함께 걷던 중 함박 웃음을 터뜨리고 있다. 기자/AP 연합
사르코지, 대통령인가 연예인인가
언론 ‘연애기사’ 연일 도배
지난달‘사생활 수긍’ 89%서
63% ‘심하다’ 비판 돌아서 ‘쇼’ ‘드라마’ ‘동화’ ‘로맨스’ …. 모두 최근 니콜라 사르코지(52) 프랑스 대통령을 둘러싼 말이다. 그의 연애 소식이 프랑스 신문과 방송, 잡지들을 뒤덮고 있다. 그가 여자친구 카를라 브루니(39)에게 하트 모양 다이아몬드 약혼 반지를 줬다는 게 토크쇼 주제가 될 정도다.
지난해 5월 취임 전부터 떠돌던 부인 세실리아와의 불화설, 10월 현직 프랑스 대통령의 첫 이혼, 넉달 만인 오는 2월 세번째 결혼설. 그는 이집트·요르단 등에 브루니와 함께 나타나며 ‘연예인 사르코지’를 자처한 듯하다.
이쯤 되고 보니, 정치인의 사생활에 너그러운 프랑스인과 언론의 눈길도 달라졌다. “록스타를 선출한 게 아니다” “사생활과 공적 생활 사이의 경계를 허물어버렸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치솟아 시끄러울 때, 대통령은 연애하느라 바빴다” …. 여론조사에서도 지난달 연애설이 처음 나왔을 때 압도적 다수인 89%가 ‘사생활’이라고 대답했지만, 지난주엔 63%가 사생활의 지나친 노출이라고 지적했다.
프랑스인들의 ‘짜증’은 지지도 추락으로 이어졌다. 6일 발표된 일간 <르파리지앵>의 조사에서 사르코지 지지도는 48%로 떨어졌다. 전달보다 7%포인트 낮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사르코지가 정치를 무시하고 연애를 선전하는 데 지나친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다는 비난이 불붙었다”고 7일 전했다.
이런 여론은 사르코지가 개혁을 외쳤지만 정작 경제성적표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는 불만과도 맞물려 있다. 사르코지는 2~2.5% 경제성장을 내세웠지만, 1.9%에 머물고 있다. 감세는 재정악화로 직결됐다. 취업률 향상, 공기업 특별연금 개혁 등 그가 내건 수많은 개혁방안의 성과는 지지부진하다는 평가다. <뉴스위크>는 5일 “지글지글 소리만 요란할 뿐 스테이크는 나오지 않는다”고 비꼬았다. 고유가와 세계적 경기둔화는 프랑스의 경제전망을 더 어둡게 하고 있다. 이 탓에 사르코지가 부진한 경제상황에 대한 관심을 연애로 돌린다는 비판도 있다. 프랑스 일간 <레스트 레퓌블리캥>은 7일치 사설에서 “사르코지는 애인이 아니라 프랑스와 사랑에 빠져야 하는 것을 잊었다”고 지적했다.
사르코지의 연애는 전례없는 외교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다. 13일 방문하는 이슬람 종주국 사우디아라비아는 사르코지가 여자친구를 데리고 오지 않기를 바란다고 언론에 밝혔다. 24일 방문하게 될 인도에서도 그의 여자친구를 어떻게 대우할지 고민하고 있다.
사르코지는 8일 기자회견에서 새 애인과 자신이 “진지한 관계다”라며 “우리는 거짓말하지 않고, 가증스러운 위선의 전통을 깨뜨리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자비에 다르코 교육장관은 이날 “행복한 대통령이 더 정열적이고 효율적으로 일할 것이며,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게 가장 자연스럽다”고 옹호했다. 프랑스인들이 얼마나 설득될지 지켜볼 일이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지난달‘사생활 수긍’ 89%서
63% ‘심하다’ 비판 돌아서 ‘쇼’ ‘드라마’ ‘동화’ ‘로맨스’ …. 모두 최근 니콜라 사르코지(52) 프랑스 대통령을 둘러싼 말이다. 그의 연애 소식이 프랑스 신문과 방송, 잡지들을 뒤덮고 있다. 그가 여자친구 카를라 브루니(39)에게 하트 모양 다이아몬드 약혼 반지를 줬다는 게 토크쇼 주제가 될 정도다.
지난달 30일 이집트를 방문한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새 연인 카를라 브루니와 함께 기자 피라미드 주변을 함께 걷던 중 함박 웃음을 터뜨리고 있다. 기자/A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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