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노동시장 현대화 협상 경과
사르코지 정부, 노동계-재계 협상안 마련
장기고용·임시고용계약 기업에 유리하게
장기고용·임시고용계약 기업에 유리하게
신자유주의 성향의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시장 유연화 작업이 분수령을 맞고 있다. 노동계와 재계 양쪽은 사르코지 대통령 취임 이후 지난 4개월여 동안 벌여온 협상을 11일 끝내고, 5대 노동단체의 승인만 남겨둔 상태라고 일간 <르몽드>가 13일 보도했다. 노동시장 유연화는 ‘일하는 프랑스’를 내건 사르코지 대통령의 핵심 공약으로, 노동계의 힘이 강력한 프랑스에서 어떤 타협점이 도출될지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돼왔다.
협상 결과를 보면, 프랑스의 2대 노동계약 형태인 무기간제 계약(CDI, 정규직)과 기간제 계약(CDD, 비정규직)에서 해고를 과거보다 쉽게 했다. 무기간제 계약은 노동심판위원회에 상정하던 이전과 달리, 사용자와의 ‘원만한 합의’만으로 끝낼 수 있게 했다. “중대한 사유” 없이 해고할 때의 보상액에도 한계를 설정했다. 무기간제 계약에 앞선 기간제 계약 기간은 18~36개월 사이에서 연장이 가능하게 했다. 정보통신분야 등의 특정 사업을 위해 임시고용이 원활하도록 한 조처다. 신규 채용자의 수습 기간도 늘려, 최대 4개월씩 한차례 연장할 수 있다. 대신 해고 노동자의 보상액과 직업훈련 수당 등은 높이게 된다.
프랑스 정부는 신자유주의 성향의 사르코지 대통령 취임 뒤,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강화해 실업률을 줄이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프랑스의 실업률은 현재 8% 수준이며, 정부는 2012년까지 5%로 끌어내린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프랑수아 피용 총리는 노동계의 동의가 없더라도 의회에서 관련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고 여러차례 경고하면서 노동계를 압박해왔다. 정부는 3곳 이상의 노동단체가 승인하면, 오는 6월까지 관련 법안을 상정해 밀어붙인다는 방침이다. 프랑스경제인연합회(MEDEF) 로랑스 파리조 회장은 “이 개혁안은 실업률을 낮추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이번 합의를 환영했다.
노동계에선 아직 통일된 견해가 도출되지 않았다. “깊은 유감” “일부 진전, 상당한 유감” “균형이 맞지 않다” “진전과 문제점이 뒤섞였다” 등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노동계가 한목소리로 협상 결과를 승인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노동총동맹(CGT)은 이미 협상 결과를 담은 안에 서명하지 않겠다고 밝힌 상태다. 노동계의 승인 기한은 29일이며, 각 노동단체는 이번주 초에 승인 여부를 발표할 예정이다.
만약 이 협상 결과를 노동단체 다수가 승인해 법안이 마련된다면, 프랑스 노동시장에 일대 변화가 예상된다. 그러나 노동단체들이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게 되면, 관련 법안의 처리를 둘러싸고 정부와 노동계 사이에 상당한 마찰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2006년 초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25살 이하 직원을 채용할 때 첫 2년 동안은 자유롭게 해고하도록 허용하는 최초고용계약(CPE) 제도를 도입하려다 학생 등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무산된 바 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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