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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유럽 에너지 젖줄’ 틀어쥐는 러시아

등록 2008-01-23 21:29

유럽 공급 가스관 건설 추진 계획
유럽 공급 가스관 건설 추진 계획
불가리아 이어 세르비아와 ‘거대 가스프로젝트’ 합의
유럽연합, 러시아 입김 맞선 ‘나부코 계획’은 지지부진
러시아가 유럽의 에너지 공급처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고 있다.

러시아의 거대 에너지기업 가스프롬이 세르비아 정부와 △거대 가스관 건설 △세르비아석유공사(NIS)의 주식 51% 매입 계약을 맺었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22일 보도했다. 계약 규모는 약 22억달러(약 2조1천억원)다. 가스프롬은 세르비아 북부에 거대 가스저장 시설을 짓고, 유럽 에너지 공급의 중심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합의를 통해 세르비아의 에너지 시설은 러시아의 절대적 영향권에 들어간다. 러시아가 전략상품 가치가 커지고 있는 에너지 공급에서 영향력을 극대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세르비아는 자국내 유엔 자치주인 코소보의 분리독립을 막는 데 필요한 러시아의 전폭적인 지원을 확보하기 위해, 시장 가격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계약에 합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는 나흘 전인 18일에는 불가리아와 가스관 건설(사업액 147억달러)에 합의했다. 불가리아는 러시아의 천연가스가 흑해를 거쳐 남동 유럽으로 가는 길목이다.

러시아는 두 나라와 합의를 이끌어냄으로써 ‘사우스 스트림’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이 사업은 러시아에서 유럽 각국까지 900㎞ 길이의 가스관을 건설하는 공사다.

유럽연합(EU)으로서는 결코 달갑지 않은 일이다. 러시아를 불안한 에너지 공급처로 간주하고, 자체 가스관 건설을 추진해 왔기 때문이다. 사우스 스트림 사업에 속도가 붙으면, 자체 가스관 건설은 탄력을 잃을 우려가 크다.

유럽연합은 러시아와 벨로루시 사이의 분쟁으로 지난해 1월 원유 공급이 중단되는 사태 등을 겪은 뒤,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이 문제에 접근해 왔다. 현재 유럽의 러시아에 대한 가스 의존도는 25%, 석유 의존도는 나라에 따라 최대 3분의 1에 이르는 실정이다.

유럽연합이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에 대비해, 미국과 함께 추진하는 공사가 ‘나부코’ 프로젝트다. 이란·그루지야~터키~불가리아를 거쳐 오스트리아까지 3300㎞의 가스관을 건설하는 계획이다. 2012년까지 1단계 공사를 마무리하고 운영을 시작할 계획이지만 재원 마련 문제, 추진 의지 부족 등으로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런 이유로 세르비아가 러시아와 가스관 건설에 합의한 데는 유럽연합의 잘못도 크다는 지적이 유럽연합 안에서 나오고 있다. <에이피> 통신은 이번 합의를 놓고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려는 유럽의 희망은 상처를 입은 반면, 유럽에 대한 러시아의 통제권은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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