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사이인 장애인 페터(왼쪽)와 손야가 나란히 앉아 작업을 하고 있다.
독일 최대 장애인기구 레벤스힐페 ‘성교육·교제·결혼’ 적극 지원
태어날 때 뇌손상을 입은 선천성 장애인 페터(54)와 다운증후군을 앓는 손야(36)는 연인 사이다. 독일 최대 장애인 조직 ‘레벤스힐페’의 작업장에서 10년 전에 만나 첫눈에 사랑에 빠졌다. 각자 부모의 집에서 사는 두 연인은 매일 아침 8시15분 같은 작업장에서 만나 오후 4시까지 함께 일한다. 작업시간 뒤에는 관현악단 연습과 수영, 아일랜드 전통 춤을 함께 배운다.
‘서로 사랑하면 같이 살고 싶지 않는가?’라는 질문에, 페터는 “우리는 아직 생필품을 사거나, 돈을 계산하거나, 요리를 할 줄 몰라서 함께 살 수는 없다”며 “하지만 매일 이렇게 일도 함께 하고, 가끔 주말도 같이 보내기 때문에 부부나 다름 없다”고 말했다.
독일에서 연인 장애인들은 장애 정도에 따라, 일상 생활만 함께 하거나 장애인 숙소에서 방을 함께 쓰면서 부부생활을 한다. 또 일상생활을 어느 정도 꾸릴 수 있는 장애인 부부들은 사회복지사의 도움을 받아 아파트에서 자립적 가족생활을 꾸려간다. 정신지체 장애인 부부 사이에서 아이가 생기는 것도 더 이상 금기가 아니다. 장애인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는 “보호받아야 할 가족”이라는 사회적 합의 아래 사회복지 혜택을 받는다.
레벤스힐페의 게하르드 복지사는 “15년 전만 해도 정신지체 장애인에게 불임수술을 시키고 성생활을 금기하는 사회적 편견이 횡행했지만, 인격발달을 저해해 사회생활을 방해한다는 비판이 일었다”며 “이제는 청소년기의 장애인들에게 콘돔 사용법을 가르치는 등 장애인 성교육을 적극적으로 실시해 좋은 효과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슈투트가르트 한귀용 통신원 ariguiyong@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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