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 기민당, 헤센주 선거 37% 득표 그쳐…좌파정당 약진
강경보수책 민심잃은 탓…대연정 ‘삐걱’ 내년 총선 암울
강경보수책 민심잃은 탓…대연정 ‘삐걱’ 내년 총선 암울
집권 후반기에 들어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입지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독일 서부 헤센에서 27일 치러진 주의회 선거에서, 메르켈이 이끄는 기독민주당(CDU·기민당)은 36.8%의 득표를 얻는 데 그쳤다고 <데페아>(dpa) 통신 등이 보도했다. 2003년 48.8% 득표에 비하면 12% 포인트나 떨어진 것이다. 40여년 만에 최악이다.
보수 기민당의 대연정 상대인 경쟁자 좌파 사회민주당(SPD·사민당)은 36.7% 득표로, 크게 약진했다. 같은 날 치러진 니더작센주 선거에서는 기민당이 42.5%를 얻어 제1당을 어렵게 지켰지만, 오랜 텃밭인 헤센주의 부진을 만회하지 못했다.
이번 선거 결과는 메르켈에게 상당한 타격이 될 것이라고 독일 언론들은 전했다. 3선 연임을 노리는 롤란트 코흐 헤센주 총리는 차기 연방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기민당 거물이며, 메르켈은 그의 범죄·이민에 대한 강경발언 등을 적극 옹호해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헤센주는 유럽 금융의 중심지 프랑크푸르트가 자리잡은 기민당의 아성이다.
또 이번 선거는 2009년으로 예정된 총선의 전초전이라는 성격도 갖고 있다. 2005년 메르켈의 총리 취임 뒤 사실상 첫 심판대였다고 할 수 있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메르켈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핵심 지역에서 중대한 기반을 잃었다”고 보도했다.
기민당의 부진에는 지나친 보수 색채에 대한 유권자들의 반감이 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코흐 헤센주 총리는 선거운동 기간 이민자 후손 청소년들의 범죄에 강력하게 대처하겠다고 강조해, 인종차별적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반보수화 흐름은 양극화 해소 등을 집중적으로 내세운 좌파세력의 약진에서도 확인된다. 창당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은 좌파당은 니더작센주에서 7.1%, 헤센주에서 5.1%를 득표해, 주의회 진출에 성공했다. 사민당과 옛 동독 공산당에서 떨어져 나온 극좌파로 구성된 좌파당의 약진은 1980년대 초 녹색당의 의회 진입에 버금가는 정치적 사건으로 받아들여진다.
헤센주에서 약진한 사민당도 최저임금제, 교육 강화 등 ‘분배’를 내세운 좌파 정책들을 강조해왔다. 독일 경제 회복의 열매가 골고루 돌아가지 않는다는 불만이 갈수록 커지면서, 전통적 좌파 정책이 유권자의 표심을 사로잡고 있는 것이다. <로이터> 통신은 “두 지역의 선거 결과는 메르켈의 보수파가 몇년째 우위를 차지한 뒤, 좌파 쪽으로 권력이 옮겨가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정책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면서, 가뜩이나 삐걱거리던 대연정의 정책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보수 기민당과 좌파 사민당은 그동안 세금, 최저임금, 에너지, 안보, 외교 등에서 수없이 갈등을 빚어왔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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