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이슬람 사원 및 예배소 현황
영·프·오스트리아·스위스 등서 잇단 거부운동…금지법안 제출도
유럽에서 이슬람계에 대한 거부감이 이슬람 사원 신축 반대로 터져나오고 있다.
오스트리아 카린티아 지역에서는 극우파가 이슬람 사원 신축을 금지하는 법안을 지난 25일 주 의회에 제출했다. 독일 쾰른 지역에서도 대형 이슬람 사원 건축에 극우파가 반대하고 나섰다. 스위스에서는 헌법으로 이슬람 사원의 첨탑을 금지시키기 위해 10만명 서명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영국 런던, 프랑스 마르세이유 등에서도 사원 신축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지난해 이슬람 사원 신축 현장에 이슬람 신도들이 금기시하는 돼지 머리를 내던지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슬람교 신도들이 머리에 쓰는 스카프 착용 허용여부를 둘러싸고 벌어진 갈등이 이슬람 사원 신축을 둘러싼 충돌로 옮겨진 양상이다.
주간 <슈피겔>은 29일 “유럽에서 이슬람 사원이 이처럼 논란이 된 적은 없다”고 전했다. 일부에서는 2005년 이슬람교 예언자 무함마드(마호메트) 비하 만평으로 빚어진 폭력사태가 다시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슬람 사원 반대 흐름에는 2001년 9·11 테러 뒤 이슬람을 테러와 동일시해 생긴 거부감과 두려움이 작용하고 있다. 이슬람 사원과 치솟은 첨탑은 이런 거부감과 두려움을 확신시키는 자극제가 되고 있다.
극우파는 주류 정치권의 틈새를 비집고, 이런 거부감을 최대한 정치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벨기에 극우정치인 필리프 드윈테르는 “이슬람 사원은 과격화의 상징이며, 일부는 사우디아라비아나 이란의 과격단체의 경제적 지원을 받는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들은 “종교적 자유는 보장돼야 한다”면서도 “이슬람 사원의 구조와 규모가 이상하고, 첨탑이 지나치게 높아서 주위와 어울리지 않으니 지을 수 없다”고 인종차별이라는 비난을 피하고 있다. 독일 국제안보문제연구소 올리버 게덴은 <슈피겔> 인터뷰에서 “이슬람 사원과 치솟은 첨탑은 이슬람의 우월성을 드러내는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다”며 “유럽 10개 극우파들이 올해 말까지 함께 뭉쳐 이 문제를 핵심 공통의제로 삼아 이슬람 반대 투쟁을 벌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슬람계는 사원 신축을 이민 2세대가 자라나는 유럽에서 자신들의 사회적 위상을 인정받는 계기로 여기고 있다. 과거 이슬람계는 건물 지하나 버려진 건물의 임시 예배소에서 기도를 올렸으나, 이제 제대로된 이슬람 사원을 가질 때가 됐다는 것이다. 이슬람계는 극우파의 자극에 최대한 맞대응을 자제하면서, 이슬람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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