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서방’ 성향의 보리스 타디치 세르비아 현 대통령(오른쪽)이 3일 실시된 대선에서 승리해 연임을 확정지은 뒤, “함께 유럽을 공략하자”는 키릴어 구호가 적힌 현수막 앞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베오그라드/AP 연합
독립선언 앞둔 ‘코소보 불씨’ 여전
타디치, EU 가입 내세워 재선…코소보 독립에 유연
민족주의 강한데다 야당·총리 반대로 해결 불투명 ‘유럽의 화약고’ 발칸반도에서 새로운 전쟁의 불씨가 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세계의 주목을 받아온 세르비아 대선에서 온건파인 보리스 타디치(50) 대통령이 승리했다. 독립 선언이 임박한 코소보를 둘러싼 긴장도 잠시 수그러들게 됐다. 3일 치른 대선 결선투표가 약 95.14% 개표된 상황에서, 세르비아 선거관리위원회는 타디치 대통령이 50.50%를 득표해 당선이 확실하다고 밝혔다. 그와 맞붙은 토미슬라브 니콜리치(55) 세르비아급진당 후보는 47.78%를 얻는 데 그쳤다고 세르비아의 민영 <베타> 통신이 보도했다.
타디치의 재선은 세르비아인들이 친러시아주의보다 친유럽주의를 선택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는 선거과정에서 유럽연합(EU) 가입이 주요 목표라고 밝혔다. 타디치는 승리를 확인하고 지지자들 앞에서 “안정과 유럽국가적인 비전을 확립하려면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니콜리치의 급진당은 발칸전쟁 주범으로 국제유고전범재판소에 기소됐다 2006년 급사한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대통령의 노선을 잇는다.
이 선거는 분리독립 선언을 눈앞에 둔 코소보 상황 때문에 더 관심을 끌어왔다. 공식적으로 세르비아의 자치지역이지만 1999년부터 유엔의 위임통치를 받아온 코소보에서, 알바니아계 정치세력은 곧 독립을 선포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타디치와 니콜리치는 모두 코소보의 독립에 반대한다. 그러나 타디치가 유럽연합 가입에 무게를 두고 온건한 태도를 보인 반면, 강경 민족주의 성향의 니콜리치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코소보를 독립시킬 수 없다는 주장을 거듭해왔다. 세르비아 권력구조에서 대통령은 상징적 존재이지만, 군통수권자라는 점에서 코소보 문제에선 결정적 영향력을 갖는다.
니콜리치는 2004년에 이어 이번에도 2위로 만만찮은 득표력을 과시했고, 세르비아 민족주의도 여전하다는 게 드러났다. 2주일 전 1차투표에서는 타디치를 5%포인트 앞선 니콜리치는 “강력한 야당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게다가 타디치의 민주당과 연정을 꾸린 세르비아민주당 소속의 보이슬라브 코슈투니차 총리는, 코소보 독립을 후원하는 유럽연합에 대해 단호하지 못하다며 선거에서 타디치를 돕지 않았다. 타디치의 승리가 코소보 독립을 자동적으로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자치지역이던 코소보는 1989년 밀로셰비치 당시 대통령에게 자치권을 박탈당했다. 이에 알바니아계가 무장봉기해 정부군과 충돌했고, 나토는 1999년 공습으로 세르비아군을 몰아냈다.
대선에서는 세르비아를 자기 편으로 끌어오려는 유럽연합과 러시아의 ‘응원전’도 펼쳐졌다. 유럽 쪽은 유럽연합 가입과 지원을 내걸며 타디치를 밀었고, 러시아는 “코소보가 독립해도 유엔에 가입하지 못할 것”이라며 친러시아주의를 독려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민족주의 강한데다 야당·총리 반대로 해결 불투명 ‘유럽의 화약고’ 발칸반도에서 새로운 전쟁의 불씨가 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세계의 주목을 받아온 세르비아 대선에서 온건파인 보리스 타디치(50) 대통령이 승리했다. 독립 선언이 임박한 코소보를 둘러싼 긴장도 잠시 수그러들게 됐다. 3일 치른 대선 결선투표가 약 95.14% 개표된 상황에서, 세르비아 선거관리위원회는 타디치 대통령이 50.50%를 득표해 당선이 확실하다고 밝혔다. 그와 맞붙은 토미슬라브 니콜리치(55) 세르비아급진당 후보는 47.78%를 얻는 데 그쳤다고 세르비아의 민영 <베타> 통신이 보도했다.
옛 유고슬라비아 지역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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