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 암살 사건을 수사해온 영국 런던 경찰국(스코틀랜드 야드) 수사팀이 부토의 사망 원인을 총탄이 아닌 폭발에 의한 충격으로 결론지었다.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의 요청으로 지난달 초 수사에 착수했던 런던 경찰국 수사팀은 8일 파키스탄 정부에 제출한 수사 결과 보고서에서 이 같은 견해를 밝혔다.
70쪽 분량의 이 보고서는 "폭발에 의한 충격은 부토 전 총리의 머리와 차량 천장의 해치(hatch)간에 강한 충돌을 유발했고, 결국 치명적인 머리 부상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영국 내무부 소속 병리학자인 나타니엘 박사는 보고서에서 "부토는 현장에서 발생한 폭발의 충격으로 어딘가에 머리를 부딪히면서 발생한 머리 부상으로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는 소견을 밝혔다.
보고서는 이어 "모든 증거들을 확인한 결과 1명의 용의자가 총을 쏘고 폭탄을 터뜨린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수사팀은 이어 현장 정밀 수색은 물론 부검도 실시되지 않은데다, 사체 복원 등도 실시되지 않은 탓에 임무 수행이 어려웠지만, 지금까지 수집된 증거만으로도 믿을 만한 결론을 내는데는 충분했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 영국 스카이뉴스는 수사팀이 사망원인 분석 등에 고도의 영상 장비 등을 사용했다고 전했다.
런던 경찰국이 밝힌 부토 사망 원인은 지난해 12월 사건 발생 직후 파키스탄 정부가 발표했던 사망 원인과 같다.
당시 파키스탄 내무부는 사건의 배후로 알-카에다와 연계된 친(親)탈레반 무장단체 지도자인 바이툴라 메수드를 지목했고, 부토가 테러를 피하는 과정에서 차량 선루프 손잡이에 머리를 부딪혀 사망했다고 결론지은 바 있다.
그러나 부토가 이끌었던 파키스탄인민당(PPP) 당직자들과 지지자들은 이런 정부의 발표 내용이 거짓이라며 반박했고, 이후 현장에서 용의자가 부토를 향해 총기를 발사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이 잇따라 공개되면서 사인을 둘러싼 논란이 확대됐다.
이에 따라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은 영국 정부에 수사협조를 요청, 지난 달 초 런던 경찰국의 수사가 시작됐다.
한편 그동안 유엔(UN) 등의 수사 참여를 주장해온 부토의 파키스탄인민당(PPP)은 런던 경찰국이 내놓은 수사 결과를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셰리 레만 PPP 대변인은 "스코틀랜드 야드팀의 수사 결과 보고서를 검토 중이나 동의할 수는 없다. 우리는 아직도 부토가 총탄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믿고 있다"며 "유엔 차원의 국제적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훈 특파원 meolakim@yna.co.kr (뉴델리=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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