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개정안 통과…세속주의 야당 즉각반발
터키 의회가 9일 대학에서 이슬람 전통 스카프(히잡)의 착용을 허용하는 헌법개정안을 통과시켰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의회는 이날 벌인 2차 투표에서 ‘모든 국민이 공공기관에서 동등한 대우를 받을 권리가 있다’는 조항을 헌법에 포함시키는 개정안을 찬성 403표, 반대 107표로 통과시켰다. 의회는 또 ‘누구도 고등교육을 받을 권리를 박탈당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도 찬성 403표, 반대 108표로 개정안을 의결했다.
터키에서는 1980년 군부 쿠데타 이후 대학에서 히잡 착용이 금지돼 왔다. 지난해 47% 득표로 집권한 이슬람 정당인 정의개발당은 히잡 착용 금지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이런 규정의 폐지를 추진해 왔다. 그러나 그동안 개정안에 반대해 온 서구주의(세속주의) 야당인 공화인민당은 이번 개정안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을 청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터키에서 이슬람주의자들과 서구주의자들의 대결은 192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무스타파 케말 아타투르크는 오스만튀르크 왕정을 무너뜨린 뒤 공공기관에서 이슬람의 전통을 모두 없애고 서구화를 추진했다. 군부는 그동안 정치 개입 등을 통해 이런 서구주의의 강력한 수호자 노릇을 해 왔다.
정부는 곧 여학생이 대학에서 착용할 수 있는 히잡의 기준을 제시할 계획이다. 앞서 집권 정의개발당은 야당에 “대학에서 착용이 허용되는 히잡은 얼굴을 가리지 않고 턱밑에서 느슨하게 묶어매는 형태”라며 “목을 가리는 차도르나 얼굴 전체를 가리는 부르카는 여전히 금지될 것” 이라고 약속한 바 있다.
박병수 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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