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미친 북극곰 이야기 / 한겨레 블로그 npool
너무나 슬픈 크누트(Knut), 플로케(Flocke)의 미래
제2의 ‘모글리’: 버려진 아기곰들
2007년 겨울 독일 베를린은 ‘크누트’라는 아기 북극곰으로 한바탕 난리가 났다. 어미곰에 의해 버려져 (2006년 12월 5일 생)사람 손에 자란 현대판 ‘모글리(정글북)’ 다. 어미곰은 구 동독 서커스단 출신. 두마리의 새끼를 낳자마자 이들을 물리쳤다. 한마리는 나흘만에 죽었고, 나머지 한마리가 크누트다. 어미 없는 아기곰. 어미 젖을 먹을 수 없는 아기곰 크누트. 베를린 동물원 당국은 어미곰에게 버려진 크누트를 죽여야 할지 사람 손에 의해 키워야 할지 고민을 했었다고 한다. 이러한 고민이 기사화되자 전국의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 ‘엄마에게 버림 받은 아기곰을 죽이지 말아요’ 라는 아이들의 탄원서가 동물원에 쇄도하였고, 신문/방송사는 이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았다.
태어난지 10일도 되지 않은 크누트 사진이 언론에 공개되었고, 크누트 동영상이 방송/ Youtube를 통해 퍼져 나갔다. ‘크누트 대박’을 예고하는 순간이었다. 동물원은 크누트를 사람 손으로 키우기를 결정하고, 생태주의 사육사 한 명에게 ‘아빠/엄마’의 이중 역할을 부여했다. 크누트에게 젖을 주고, 크누트를 안고 함께 잠에 드는 사육사 모습. 그의 손을 깨물고 장난치는 귀여운 아기곰. 그의 성장 모습이 언론에 매일 공개되었다. 크누트 모양의 케이크, 인형 등 팬시 용품이 1차 대박을 기록했다. 점점 더 크누트의 열성 팬이 되어 버린 아이들은 크누트의 실제 모습을 보고 싶어했다. 마침내 3월 23일 크누트는 세상에 공개되었다. 그 이후 베를린 동물원은 크누트를 보러 몰려든 아이들과 그 부모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2007년 한 해 총 4백만이 넘는 방문자 수는 평균 한 해 방문자의 두배가 넘는 수치다. 입장료 수입도 수직 상승했고, 각종 팬시 상품, ‘크누트 노래’ 등 저작료 수입도 여기에 더해졌다. 2002년 6월 동물원 개원 150주년 기념해(?), ‘주식회사’로 전환했기에 (물론 최대 주주는 베를린 시 당국이지만), 주가도 200% 이상 성장세를 기록했다. 독일 연방 정부 환경부 장관은 크누트의 ‘대부’가 되어 인기관리에 나섰고, 독일을 방문하는 세계 각국 정상들은 크누트에게 ‘개인’적으로 인사하는 특권을 누리기까지 했다. 가히 2007년 독일은 ‘크누트 해’였다.
베를린 동물원 따라하기
물론 훌쩍 자라버린 크누트에 대한 아이들의 애정은 썰물처럼 빠져 나갔다. 베를린 동물원 방문자 수치도 정상을 되찾았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크누트 첫 생일 직후 2007년 12월 11일 독일 남부 ‘뉘른베르크’ 동물원에 아기곰 (이번엔 암컷)이 태어났다. 현재 ‘플로케’로 이름 지워진 이 아기곰도 한달이 채 지나지도 않아 어미곰에게서 버려졌다. 동물원 당국은 올 1월 9일 플로케를 인간의 손으로 키우기로 결정했고, 플로케의 ‘아기방’이 1월 9일 언론에 공개되었다. 베를린 동물원은 그나마 크누트의 새 아빠가 생태주의자였기 때문인지 몰라도 특별하게 크누트 방을 꾸미지는 않았었다. 다양한 색상의 천으로 꾸며진 아기곰 플로케 방에는 침대며 다른 아기곰 인형들(!)이 배치되었다. 젖 (분유?) 먹는 아기곰 플로케의 동영상이 공개되었다. 이번에는 아예 마케팅 대행사와 ‘전속 계약’까지 맺었다. 현재 동물원 주변 도로 정리 작업과 주차장 확장 공사가 한창이다. 플로케의 흥행 성공에 회의를 품는 사람은 없다. 벌써부터 독일 아이들은 난리가 났다. 부모들도 봄이 오면 뉘른베르크로 내려가기 위해, 관광버스/기차 그리고 호텔 예약에 바쁘다.
독일의 북극 곰 학대
어미곰이 새끼를 버리는 일이 2년 연속 발생한 이 사건들은 과연 우연일까? 사실 독일에서는 1980년부터 지금까지 약 70마리의 북극 아기곰이 어미곰에 의해 버려져 사람 손에 의해 키워졌다. 언론에 공개된 것이 크누트가 처음이었을 뿐이다. 그런데 70마리면 적지 않은 수인데, 왜 일까? 답은 간단하다. 어미곰들이 미쳤기 때문이다. 하루에 작게는 5킬로미터에서 많게는 수십 킬로미터를 걸어 다닌다는 ‘진짜’ 북극곰이 좁은 동물원에 갇혀 살아가다 보면 쉽게 미쳐 버린다는 것다. 독일 동물원에 갇힌 북극곰 중 새끼를 낳아 직접 키운 경우가 지난 30년간 5마리라고 하니 그 심각성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독일 야생동물 보호협회에서는 독일 동물원의 북극곰 사육을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물론 아이들의 아기곰 사랑에, 어른들의 돈벌이 욕심에 이러한 주장이 반향을 일으킨다는 것은 현재로서는 불가능해 보인다. 슬픈 아기곰의 이야기는 이렇게 계속된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어미곰이 새끼를 버리는 일이 2년 연속 발생한 이 사건들은 과연 우연일까? 사실 독일에서는 1980년부터 지금까지 약 70마리의 북극 아기곰이 어미곰에 의해 버려져 사람 손에 의해 키워졌다. 언론에 공개된 것이 크누트가 처음이었을 뿐이다. 그런데 70마리면 적지 않은 수인데, 왜 일까? 답은 간단하다. 어미곰들이 미쳤기 때문이다. 하루에 작게는 5킬로미터에서 많게는 수십 킬로미터를 걸어 다닌다는 ‘진짜’ 북극곰이 좁은 동물원에 갇혀 살아가다 보면 쉽게 미쳐 버린다는 것다. 독일 동물원에 갇힌 북극곰 중 새끼를 낳아 직접 키운 경우가 지난 30년간 5마리라고 하니 그 심각성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독일 야생동물 보호협회에서는 독일 동물원의 북극곰 사육을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물론 아이들의 아기곰 사랑에, 어른들의 돈벌이 욕심에 이러한 주장이 반향을 일으킨다는 것은 현재로서는 불가능해 보인다. 슬픈 아기곰의 이야기는 이렇게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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