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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푸틴 마지막 연두회견…‘강한 러시아’에 노련미 물씬

등록 2008-02-14 23:36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4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열린 자신의 임기 마지막 연두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강한 러시아' 뒤에 `노련한 푸틴'이 있었음을 세계 각국 기자들에게 여실히 보여주었다.

4시간여 가까이 진행된 이날 기자회견에서 푸틴 대통령은 다시는 이런 기회가 없다는 듯 가슴에 품고 있던 말을 원 없이 했다.

특히 미국의 미사일방어(MD)계획,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확대, 코소보 문제 등 서방과 의견 충돌을 빚고 있는 현안에 대해서는 다소 과격하다 할 정도의 단어를 써가면서 핏대를 세워 회견장 분위기를 긴장시키기도 했다.

그는 또 자신의 임기 내 축적한 재산 문제가 거론되자 "내가 임기 중 엄청난 돈을 모았다는 것은 `바보같은 소리'"라고 받아쳤다.

그는 이어 "나는 부자다. 왜냐하면 러시아 국민이 나에게 두번이나 러시아를 이끌 수 있도록 해 주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나의 가장 큰 재산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회견 중간 "누가 시켜서 하는 듯한 질문은 하지 말고 정직한 질문을 하라"고 서방 언론을 겨냥했다.

또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의 대선 감시활동 철회와 관련, "러시아는 할 것 다했는데 그 조직이 러시아를 가르치려 들려 한다"면서 "그들의 비난에 대응하느니 차라리 그들이 자신의 부인들에게 야채 수프만드는 법을 가르치도록 내버려 두자"고 비꼬았다.

그런가 하면 한 러시아 여기자가 "2014년 동계 올림픽 개최지로 왜 소치를 택했느냐"고 묻자 푸틴 대통령은 "당신은 휴가 때 어디를 가느냐"라고 되물었고 여기자는 "4년간 한 번도 휴가를 간적이 없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푸틴 대통령은 "나는 8년간 쉰 적이 없다"라고 말해 회견장에 웃음이 터졌다.

그는 이어 "휴가가 주어진다면 어디를 가겠느냐"고 물었고 여기자는 "오스트리아나 스위스의 산으로 가겠다"고 답하자 푸틴 대통령은 "그것이 바로 내가 소치를 택한 이유다"며 노련미를 발휘했다.

또 어느 기자가 밸런타인 데이를 맞아 부인에게 선물했느냐고 묻자 그는 "기자회견 준비로 미처 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그 순간 한 러시아 여기자가 나서 "선물을 하고 싶은데 괜찮겠냐"고 했고 푸틴 대통령이 이를 허락하자 여기자가 연단까지 나와 선물을 전달하는 이색 장면이 연출됐다.

또 퇴임 바로 다음날 무엇을 하고 싶느냐는 질문에 "자고 싶은 만큼 자고 싶다"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푸틴 대통령 취임 이듬해인 2001년 이후 7번째로 진행된 이날 기자회견은 외신기자 200명을 포함해 총 1천364명의 기자들이 참석, 역대 최대 규모를 자랑했다.

퇴임을 2개월 여 앞둔 푸틴 대통령의 지지도는 여전히 80%를 넘어서고 있으며 러시아는 `오일 머니' 덕택에 수년째 6-8%의 높은 경제성장를 보이면서 구 소련 붕괴 이후 실추됐던 명성을 되찾아 가고 있다.

남현호 특파원 hyunho@yna.co.kr (모스크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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