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파 경제학자 출신… EU 통제 반대
바츨라프 클라우스(66) 체코 대통령이 15일 5년 임기의 대통령에 재선됐다.
클라우스 대통령은 이날 체코 상하 양원 합동 회의에서 실시된 대통령 선거 재표결 3차 투표에서 과반인 140표보다 불과 1표 많은 141표를 얻어 가까스로 재선에 성공했다.
임기 5년의 새 대통령에 선출된 클라우스는 의회 투표에서 집권 시민민주당과 연정 파트너인 기민당의 지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클라우스는 대통령에 선출된 뒤 "모든 체코 시민들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짤막한 소회를 밝혔다.
미국 미시간 대학 경제학 교수 출신의 얀 스베이나르(55) 후보는 111표를 얻는 데 그쳤다. 스베이나르 후보는 좌파 사민당과 녹색당의 지지를 받았다.
이에 앞서 의회는 지난 8일 두 후보를 상대로 투표를 실시했으나 클라우스 대통령이 139표를 얻어 과반에서 1석이 모자라 대통령에 선출되지 못했다. 당시 스베이나르 후보는 113석을 얻었다.
체코의 대통령직은 내각 수반인 총리에 비해 의례적인 권한을 갖고 있지만 새 정부 구성을 위한 총리 지명권, 헌법재판소 재판관 및 중앙은행 이사 임명권을 갖고 있어 체코 정치에서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지난 2003년 바츨라프 하벨 초대 체코 대통령으로부터 대통령직을 물려 받은 클라우스는 당초 쉽게 재선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미국 미시간 대학 교수인 스베이나르 후보와 접전을 벌인 끝에 신승했다.
하벨 전 대통령의 경제 자문역을 지냈던 스베이나르는 유럽연합(EU)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와 조기 유로화 가입 등을 주장하면서 야당과 연정내 소수 정당 소속 의원들의 지지를 얻어 끝까지 선전을 펼쳤다.
경제학자 출신으로 우파 성향을 갖고 있는 클라우스 대통령은 1989년 체코슬로바키아 공산 정권이 붕괴한 후 재무장관을 역임한 데 이어 1993년 체코와 슬로바키아가 분리된 후 체코 우파 정부의 총리를 지냈다. 그는 1998년부터 2002년까지는 하원의장을 역임했다.
클라우스는 자유시장 경제를 신봉하면서 재무 장관 재직 당시 시장지향적 개혁 정책을 추진했다. 그러나 그는 체코가 2004년 EU에 가입한 이후 EU의 과도한 통제가 회원국의 자율적인 발전과 경쟁을 저해한다고 주장하면서 EU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클라우스 대통령은 환경운동가들이 기후변화에 대한 위험을 과장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지구온난화에 대한 과민반응을 경계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그는 지구온난화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채택된 정책들은 엄청난 비용만 초래하고 결국은 아무런 긍정적인 효과도 얻어낼 수 없을 것이라고 거듭 경고해왔다.
송병승 특파원 songbs@yna.co.kr (베를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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