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숙원’ 공식발표에 환호…찬성쪽 유럽연합, 치안유지군 파견
세르비아·러시아, 즉각반발…주변지역 분리 가속화땐 내전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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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칸의 화약고’ 코소보가 마침내 독립을 선언했다. 코소보에서는 환희의 축포가 터졌지만, 발칸반도에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하심 타치 코소보 총리는 17일 오후 의회 특별회의를 소집해 “독립적이고 민주적”인 “코소보공화국”의 성립을 선포했다. <시엔엔>(CNN)으로 생중계된 회의에서 의원들은 독립 선언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코소보 알바니아계가 독립을 요구한 지 40년, 세르비아와 분쟁을 벌인 지 10년 만이다. 코소보는 유엔이 위임통치하는 세르비아의 영토가 아닌 독립국으로서의 길을 가게 됐다. 엄숙한 표정으로 선언문을 읽어내려간 타치 총리는 “코소보는 다시는 베오그라드(세르비아)의 통치를 받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독립이 선언되는 순간, 수도 크리슈티나의 거리를 가득 메운 알바니아계 코소보인들은 알바니아기와 성조기 등을 흔들며 얼싸안고 환호했다. 코소보 독립 후원세력인 유럽연합(EU)과 미국은 발빠르게 독립을 기정사실화하고 나섰다. 유럽연합은 18일 외무장관 회담에서 독립을 인정하기로 했다. 유럽연합 등은 치안유지를 위해 1만8000명을 코소보에 파견하고 있다. 아프리카 순방에 나선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코소보에서 폭력이 재발하지 않도록 동맹국들과 계속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코소보는 120일간의 과도기간을 거쳐 유엔에 가입하는 등 당당한 독립국으로 인정받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옛 유고슬라비아 지역
그러나 신생국의 앞날은 가시밭길이다. 실업률 45%에, 인구 200만명 중 37%가 빈곤선 이하에서 살아가고 있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코소보는 “심각한 인종간 갈등과 쇠락하는 경제 현실에 직면해야 한다”고 내다봤다. 국방과 치안, 행정에서 유럽연합과 나토에 의존하는 게 불가피해 ‘완전 독립’을 말하기는 이르다. 일촉즉발의 대외관계는 더욱 심각하다. 당장 세르비아는 코소보 독립을 “불법”이라고 단정하고, 경제제재와 독립을 인정하는 국가들과의 관계 단절을 경고했다. 발칸에서 서방의 영향력 확대를 우려하는 러시아는 유엔 안보리 소집을 요구했다. 러시아의 반대로 유엔 가입도 쉽지 않다.
프리슈티나에서 17일 코소보 의회의 독립선언을 축하하는 폭죽이 터지는 가운데 주민들이 기뻐하고 있다. A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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