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니아계 주민들이 17일 프리슈티나에서 ‘새로 태어났다(NEW BORN)’는 글자 모양의 독립선언 기념비에서 코소보의 독립을 축하하고 있다. 프리슈티나/AP 연합
미국과 영·독·프 등 서방 20국 “곧 공식인정”
러시아 “무효”…유엔결의안 해석 싸고 논란
EU건물에 수류탄…폭력사태로 50여명 부상
러시아 “무효”…유엔결의안 해석 싸고 논란
EU건물에 수류탄…폭력사태로 50여명 부상
발칸반도에 새로운 충돌 가능성을 예고하는 코소보의 독립국가 선언을 인정할 것인지를 둘러싸고 주요국들이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18일 미국과 영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 등이 멀지 않아 코소보의 독립을 공식 인정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17일 긴급 소집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코소보 독립선언이 “무효”라는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18일 다시 안보리 소집을 요구했다. 존 쇼어스 유엔주재 영국 대사는 “독립을 무효로 하자는 러시아의 제안을 어느 나라도 지지하지 않았다”며 “사태 해결에 합의하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18일 “깊은 우려”를 나타낸 반면, 오스트레일리아는 독립 승인 대열에 뛰어드는 등 국제사회는 자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양분되는 양상이다.
코소보 독립 승인은 유럽연합 내부도 갈라놓고 있다. 스페인·그리스·키프로스·슬로바키아·불가리아·루마니아 등은 자국의 분리주의 세력을 자극하거나 자국에 불통이 튀는 것을 우려해, 코소보 독립을 승인하지 않을 태세다. 유럽연합 27개 회원국 가운데 독립 인정 쪽은 20개국 정도라고 <에이피>(AP) 통신은 전했다.
이번 논란은 표면적으로는 유엔결의안 1244호의 해석을 놓고 진행된다. 이 결의안은 1999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군이 코소보에서 알바니아계를 학살하던 세르비아계를 몰아낸 뒤 채택된 것이다. 독립을 인정하는 쪽은 “코소보 위기를 정치적으로 해결한다”는 문구를 들어, 독립선언에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코소보 독립은 세르비아계가 알바니아계 1만여명을 학살한 업보이며, 다른 분리주의 움직임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주장도 편다. 유럽연합은 향후 3년간 3억3천만유로를 코소보에 지원할 계획이다.
그러나 발칸반도에서 서방의 영향력 확대를 우려하는 러시아는 결의안이 “코소보에 실질적인 자치”를 명시하고 있을 뿐, 세르비아와 합의하지 않은 일방적 독립선언은 무효라고 반박한다. <비비시>(BBC) 방송은 “코소보의 독립선언으로 서방과 러시아의 외교적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외교적 갈등에 비하면, 물리적 충돌 우려는 그다지 높지 않은 편이다. 세르비아의 보리스 타딕 대통령은 “세르비아는 코소보의 행위를 무효화하기 위해 모든 평화적·외교적·법적 수단을 동원해 대처할 것”이라며 무력대응을 배제했다. 코소보 국경 폐쇄, 수출입 금지, 전기·수도·전화·인터넷 서비스 중단 등이 예상된다. 코소보에 주둔한 나토군 1만6천여명도 무력충돌을 억제하고 있다.
코소보에선 17일 유엔과 유럽연합이 입주한 건물에 수류탄 네개가 투척돼 하나가 폭발하는 등 세르비아계의 공격이 발생하고 있다. 독립선언 뒤 폭력사태로 50여명이 부상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코소보의 독립선언 뒤 러시아의 요청으로 17일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끝난 뒤 요한 페르베커 벨기에 유엔주재 대사가 유럽 국가들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욕/AFP 연합 코소보의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