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조세 피난처’ 오명 리히텐슈타인
‘고객정보’ 확보 나서자 “공격 간주”
‘고객정보’ 확보 나서자 “공격 간주”
조세 피난처로 유명한 리히텐슈타인의 금융기관 고객정보를 둘러싸고 리히텐슈타인 정부와 독일이 열띤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독일 정부는 최근 독일 부자들의 탈세 혐의를 조사하기 위해 리히텐슈타인 엘게테(LGT) 은행의 고객 거래정보를 이 은행의 전직 직원한테서 370만유로(약 52억원)에 구입하려는 연방정보국(BND)의 계획을 승인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19일 보도했다. 이에 대해 리히텐슈타인 정부 최고책임자인 알로이스 왕세자는 “리히텐슈타인에 대한 공격이며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그러나 독일 재무부는 “연방정보국의 시도는 리히텐슈타인을 공격하려는 것이 아니라 독일의 범죄자를 잡기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스위스와 오스트리아 사이에 있는 인구 3만5천의 작은 나라인 리히텐슈타인은 국내총생산(GDP)의 30%를 금융업이 차지하고 있다.
이번 논란은 리히텐슈타인이 경제협력개발기구(오이시디)에 의해 모나코·안도라와 함께 ‘비협조적인 조세피난처’로 지목된 세 나라 가운데 하나라는 점에서 이목을 끌고 있다. 앙헬 구리아 오이시디 사무총장은 성명을 내어 “은행의 과도한 비밀주의, 외국인 세금 탈루자에 대한 정보교환 거부는 지나간 시기의 유산”이라고 비판했다. 독일을 방문 중인 룩셈부르크 총리 장클로드 융커도 “리히텐슈타인에 세금을 빼돌릴 수 있는 구멍이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유럽연합 차원에서 이 문제를 다룰 것을 촉구했다.
리히텐슈타인 정부는 국제사회의 여론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한 발 물러섰다. 정부 대변인은 “곧 정부가 은행의 투명성 확보를 위한 조처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병수 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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