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보호 완화’등 규정 손질 추진…일부국가 ‘반대’ 과제로
유럽연합(EU)이 최근 리히텐슈타인의 비밀계좌를 둘러싼 마찰을 계기로 조세피난국에 대한 공세적 대응에 나섰다.
유럽연합 27개 회원국 재무장관들은 4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만나 조세피난국을 이용한 탈세를 막기 위해 관련 규정을 강화하자는 독일의 제안을 논의했으며, 다수가 공감을 나타냈다고 <파이낸셜타임스> 등이 보도했다. 구체적 방안으로는 △익명 보호 완화 △주식 배당금 등 자산소득도 규정 적용 △외국인 이자소득도 계좌 개설국가가 대리 징수 △외국인 이자소득자 정보 공유 등이 거론된다. 비밀 보호규정 등이 세금 회피의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막겠다는 것이다.
장관들은 현 제도의 문제점 검토를 애초 예정된 10월보다 5개월 당겨 끝내고, 개정안도 곧바로 마련할 것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 요구했다. 유럽연합 정상들도 이달 정상회의에서 조세피난국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조처는 최근 독일 갑부 160여명이 알프스의 소국 리히텐슈타인의 비밀계좌에 2780억유로를 예치해놓고 탈세를 해온 사실이 밝혀진 데 따른 것이다. 이 사건 뒤 안도라, 모나코, 스위스 등 유럽의 조세피난국이 집중적인 비난을 받아왔다.
이날 제안은 프랑스·영국 등 대다수 회원국의 지지를 받았지만, 오스트리아·벨기에·룩셈부르크는 미온적 반응을 보였다. 이들 나라는 외국 갑부들에게 비밀계좌를 개설해주고 쏠쏠한 수수료를 챙겨왔기 때문이다. 빌헬름 몰테러 오스트리아 재무장관은 “은행 비밀법규는 논의 대상이 아니다”며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관련 규정 개정은 27개 회원국 전체의 승인이 필요해, 논란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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