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 음료’ 코폴라 판매1위
70년대식 식당·록밴드도 인기
‘서구화 거부감 등서 비롯’ 분석
70년대식 식당·록밴드도 인기
‘서구화 거부감 등서 비롯’ 분석
동유럽 슬로바키아 서남부 도시 코마르노의 중앙광장. 카페 테라스에서 손님들이 한가로이 잡담을 즐기고 책을 읽는다. 유럽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풍경이지만, 한가지 차이가 눈에 띈다. 이들이 마시는 음료 ‘코폴라’다. 1960년대 체코슬로바키아 사회주의 정권이 자본주의의 상징인 코카콜라와 펩시콜라의 대용품으로 만든 청량음료다. 사회주의 정권이 무너진 지 19년이 된 지금 이 음료는 슬로바키아에서 판매 1위, 체코에서 2위를 달리고 있다.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6일 옛 동독에 대한 향수 ‘오스탈기’로 대표되는 옛 사회주의 정권 시절에 대한 그리움을 타고, 해묵은 것들이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고 전했다. 코폴라뿐 아니라, 당시의 다른 상품과 록 밴드, 텔레비전 프로그램 등도 동구권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다. 70~80년대 풍의 식당과 나이트클럽은 젊은이들로 넘쳐난다.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에서는 ‘티사’ 운동화가 최고급 상품이 됐다. 나이키·아디다스 같이 ‘철의 장벽’ 너머에 있던 자본주의 상품에 대한 갈증을 풀기 위해 만든 대체상품이 오늘날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것이다. 폴란드에서는 옛 모습을 보존한 카페와 분식점도 살아났다. 지난해 독일 베를린에서는 옛 동독 시절처럼 실내장식을 한 호텔이 등장해 인기를 끌었다.
냉전시대 연구자인 로베르트 파르니차는 “1989년 시장이 개방되고 사람들은 서구의 모든 것을 사용해볼 수 있었다”며 “하지만 이제는 ‘우리가 왜 다국적 기업이 만든 유니폼을 입어야 되지?’ ‘우리의 것은 어디에 있지?’라고 사람들이 말한다”고 전했다.
사회주의 시절에 대한 향수는 자본주의 편입 뒤 나타난 경제적 소외, 그와 맞물린 과거의 안정적 사회보장에 대한 그리움 등이 담겨 있다. 하지만 이전의 경찰국가나 일당체제로 돌아가기를 원하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자본주의 도입 뒤 갖게 된 불만의 표현방식이자, 자유로운 대중문화와 비판의식의 혼합이라는 설명이다. 지나친 서구화와 세계화에 따른 획일화에 대한 거부감 등도 이런 현상을 자극하고 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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