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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양성 평등 선진국’ 노르웨이
상장사 600곳 ‘여성임원 40%’ 이뤘다

등록 2008-03-07 21:23

유럽 300대 기업 국가별 여성 임원 비율(2006년)
유럽 300대 기업 국가별 여성 임원 비율(2006년)
‘경쟁력 약화’ 반발 딛고 의무화 2년만에 세계 첫 기록
기준치 미달 10여곳 그쳐…“경제적 합리성이 성공 비결”

당신은 잘 나가는 기업의 임원 13명 가운데 1명이다. 이 자리에 오르기 위해 평생을 달려왔다. 그런데 어느날 정부가 ‘기업 여성임원 40% 할당’을 명시하며, 당신을 포함한 남성 임원 5명이 여성에게 자리를 내줘야 한다고 말한다면, 당신의 심정은 어떻겠는가?

이 이야기는 경영학 책 속의 사례가 아니라, 노르웨이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이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5만5천달러에 이르는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부국 노르웨이는 지난달 말 세계 최초로 ‘주요기업 여성임원(미등기) 비율 40% 달성’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상장기업 600여곳을 대상으로 이를 강제화한지 2년 만이다. 기준치에 못미친 기업은 10개에 불과했다.

유럽에서도 급진적으로 여겨지는 ‘여성임원 40% 할당제’를 2002년 처음 제안했던 이는 놀랍게도 기업인 출신의 보수 정치인 안스가르 가브리엘슨(52)이다. 그는 노르웨이 기업들이 여성들을 적극적으로 고용하지 않고 있으며, 이런 다양성의 부족이 경쟁력 약화를 낳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당시 노르웨이 주요 기업 611곳 가운데 470곳에서 여성 임원이 1명도 없었다.

가브리엘슨의 제안에 노르웨이 최대 경제단체인 노르웨이경제인연합회(NHO) 가 호응했다. 연합회가 고용한 젊고 야심찬 여성 경제학자 벤야 파걸란트는, 최고 경영자 대부분이 ‘쓸만한 여성 인재를 찾기 힘들다’고 불평하는 데서 착안해, 각 기업에서 발굴한 우수 중견사원에게 6달간 집중 경영·리더십 훈련을 실시했다. 교육을 받은 여성 570명 가운데 4분의 1이 임원으로 승진하는 데 성공했다. 이런 노력에도 2006년 노르웨이 주요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은 25%를 조금 웃돌았을 뿐이다.

당시 취임한 중도좌파 정부가 더욱 강도 높은 조처를 동원했다. ‘2년내 여성임원 40% 할당’을 권고사항에서 의무 사항으로 바꾸고, 위반 때 사업장 폐쇄 등 강력한 처벌을 신설했다. 물론 반발도 엄청났다. 노르웨이 경제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석유와 기술, 가스 관련 기업들은 ‘경험 있는 여성 임원을 찾는 게 불가능하다’고 항의했다. 기업 대주주들도 ‘정부가 기업의 인사권에 부당하게 개입한다’고 반발했다. 그러나 정부의 강력한 이행 의지가 기업들을 견인하는 데 성공했다.

영국 <가디언>은 ‘세계 여성의 날’을 이틀 앞둔 6일 노르웨이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여성 임원 할당제의 성공 비결을 “여성들의 임원 진출을 단순한 양성 평등의 문제가 아닌, 다양성에 기반한 경제적 합리성의 문제로 접근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유럽에서도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은 상이하다. 핀란드 등 북유럽에서는 대부분 10%를 넘는 반면, 이탈리아 등 남유럽에서는 2~4% 정도로 낮은 편이다.


서수민 기자 wikk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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