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명분 갈등..총선 뒤 연정협상 관건
코슈투니차 여전히 '킹메이커' 역할
코슈투니차 여전히 '킹메이커' 역할
코소보의 일방적 독립 선언과 뒤이은 서방 열강들의 독립 인정으로 위기를 맞은 세르비아가 결국 연정 붕괴와 조기 총선이라는 수순을 밟게 됐다.
'코소보냐 유럽연합(EU) 가입이냐'라는 물음에 연립 정부를 구성하는 지도자들이 방법론적으로 엇갈린 행보를 지속하는 가운데 이제는 국민이 직접 선택하는 것 외에는 달리 뾰족한 해결책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거의 모든 정치인을 포함해 세르비아 국민은 한결같이 코소보는 '빼앗길 수 없는 영토'라는데 동의한다. 세르비아 국민은 동시에 EU 가입의 필요성에도 대부분 찬성하고 있다.
반(反) 서방 성향의 급진당(SRS)마저 공식적으로는 세르비아의 EU 가입이 경제적 혜택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전망을 부인하지 않는다.
문제는 EU가 코소보의 독립을 지지하고 있다는 사실. 'EU가 코소보 독립을 인정하고 있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EU 가입을 추진해야 하느냐'는 물음이 세르비아 연립정부와 국민을 양분시키고 있는 것이다.
온건 민족주의 성향의 보이슬라브 코슈투니차 총리와 그가 소속된 세르비아민주당(DSS)은 "EU가 코소보를 주권국으로 인정하는 이상 EU와 가입 협상을 벌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코소보를 자국 영토로 유지했을 때만이 EU에 가입할 수 있다며, 영국, 프랑스, 독일 등 EU의 주요 회원국가 코소보 독립 인정을 전면 백지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U는 코소보 독립 선언에 대한 세르비아의 반발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지난 1월 말 통상협력과 비자면제, 교육 교류 등에 관한 잠정 협력협정을 제안했으나 코슈투니차 총리는 이를 거부했다.
이에 반해 친 서방 성향의 보리스 타디치 대통령과 민주당(DS)은 "코소보는 당연히 빼앗길 수 없다. 하지만 EU 가입은 이와는 별개로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무엇보다 오랜 내전과 고립으로 피폐해진 경제를 살리기 위해 EU 가입은 어떤 경우에도 조속히 추진돼야 한다는 게 친 서방 정치인들의 지론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코소보 독립 반대와 EU 가입에는 아무런 이견이 없으면서도 방법상의 차이점 때문에 발생한 갈등인 만큼 연정이 붕괴되고 조기총선이 실시된다고 해도 결국 큰 혼란 없이 EU 가입으로 향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EU가 코소보 독립 인정을 결코 취소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코슈투니차 총리 측도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코소보 독립 선언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아직 식지 않은 상황에서 독립을 인정한 EU에 머리를 숙이고 가입을 희망할 수는 없다는 자존심과 민족주의적 명분이 EU 우선 가입이라는 실리에 맞서 결국은 양측을 갈라놓게 됐다는 분석이다. 코슈투니차 총리의 사임과 내각 해산, 조기총선 요구는 타디치 대통령을 비롯한 친 서방 정당들도 일제히 쌍수를 들고 환영하고 있는 만큼 의회 해산과 5월 총선 실시는 아무런 이견 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관심은 총선 결과다. 코소보 독립선언 이후 실시된 정당별 지지도 조사에 따르면 코소보 독립에 반대하는 세르비아 국민의 민족주의적 감정을 자극해온 급진당(SRS)은 40% 가량의 지지율로 여전히 제1당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친 서방 성향의 민주당과 G17플러스당은 합쳐서 37.5%의 지지가 예상됐다. 예상대로 그 어떤 정당도 과반 확보에 실패한다면 다시 열쇠는 코슈투니차 총리가 이끄는 세르비아민주당이 쥐게 된다. 그러나 코슈투니차 총리는 코소보 독립과 EU 가입 문제에 대해서는 급진당과 유사한 입장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급진당과의 제휴 가능성은 아직 언급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1월 총선에서도 그는 급진당과의 제휴설이 흘러나왔지만 수개월간의 밀고 당기는 협상 끝에 결론은 타디치 대통령과의 연정 구성으로 귀결됐다. 이번에도 코슈투니차가 민족주의적 성향을 가지고 있지만 집권할 경우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유고 대통령 시절로 회귀할 수 있는 급진당과는 손을 잡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코슈투니차 총리의 내심은 EU 가입 반대보다는 총선에서 '킹 메이커' 역할을 하고 그 과정에서 EU나 국제사회로부터 다른 부분을 얻어내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어떤 경우에도 확실한 것은 가뜩이나 어려운 세르비아 경제가 정치적 혼란으로 당분간은 더욱 힘든 상황을 맞게 되리라는 것이다. 세르비아 금융시장은 이미 올 들어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고 자국 화폐인 디나르화도 1월 이후 6%나 떨어졌으며, 해외투자자들도 발길을 돌리고 있다. (부다페스트=연합뉴스)
이에 반해 친 서방 성향의 보리스 타디치 대통령과 민주당(DS)은 "코소보는 당연히 빼앗길 수 없다. 하지만 EU 가입은 이와는 별개로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무엇보다 오랜 내전과 고립으로 피폐해진 경제를 살리기 위해 EU 가입은 어떤 경우에도 조속히 추진돼야 한다는 게 친 서방 정치인들의 지론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코소보 독립 반대와 EU 가입에는 아무런 이견이 없으면서도 방법상의 차이점 때문에 발생한 갈등인 만큼 연정이 붕괴되고 조기총선이 실시된다고 해도 결국 큰 혼란 없이 EU 가입으로 향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EU가 코소보 독립 인정을 결코 취소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코슈투니차 총리 측도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코소보 독립 선언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아직 식지 않은 상황에서 독립을 인정한 EU에 머리를 숙이고 가입을 희망할 수는 없다는 자존심과 민족주의적 명분이 EU 우선 가입이라는 실리에 맞서 결국은 양측을 갈라놓게 됐다는 분석이다. 코슈투니차 총리의 사임과 내각 해산, 조기총선 요구는 타디치 대통령을 비롯한 친 서방 정당들도 일제히 쌍수를 들고 환영하고 있는 만큼 의회 해산과 5월 총선 실시는 아무런 이견 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관심은 총선 결과다. 코소보 독립선언 이후 실시된 정당별 지지도 조사에 따르면 코소보 독립에 반대하는 세르비아 국민의 민족주의적 감정을 자극해온 급진당(SRS)은 40% 가량의 지지율로 여전히 제1당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친 서방 성향의 민주당과 G17플러스당은 합쳐서 37.5%의 지지가 예상됐다. 예상대로 그 어떤 정당도 과반 확보에 실패한다면 다시 열쇠는 코슈투니차 총리가 이끄는 세르비아민주당이 쥐게 된다. 그러나 코슈투니차 총리는 코소보 독립과 EU 가입 문제에 대해서는 급진당과 유사한 입장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급진당과의 제휴 가능성은 아직 언급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1월 총선에서도 그는 급진당과의 제휴설이 흘러나왔지만 수개월간의 밀고 당기는 협상 끝에 결론은 타디치 대통령과의 연정 구성으로 귀결됐다. 이번에도 코슈투니차가 민족주의적 성향을 가지고 있지만 집권할 경우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유고 대통령 시절로 회귀할 수 있는 급진당과는 손을 잡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코슈투니차 총리의 내심은 EU 가입 반대보다는 총선에서 '킹 메이커' 역할을 하고 그 과정에서 EU나 국제사회로부터 다른 부분을 얻어내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어떤 경우에도 확실한 것은 가뜩이나 어려운 세르비아 경제가 정치적 혼란으로 당분간은 더욱 힘든 상황을 맞게 되리라는 것이다. 세르비아 금융시장은 이미 올 들어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고 자국 화폐인 디나르화도 1월 이후 6%나 떨어졌으며, 해외투자자들도 발길을 돌리고 있다. (부다페스트=연합뉴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