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소보 ‘독립’ 반목 대통령-총리 결국 연정 해산키로
코소보 독립 선언의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세르비아가 연정 붕괴라는 후폭풍을 맞았다. 5월 실시될 총선은 코소보와 발칸반도 정세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코소보의 독립과 세르비아의 유럽연합(EU) 가입을 놓고 보리스 타디치 대통령과 반목해 온 보이슬라브 코슈투니차 세르비아 총리는 8일 연정 붕괴를 선언했다. 그는 “이런 정부는 더 이상 기능할 수 없다”며 코보소 독립을 후원하는 유럽연합에 단호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내각 성원들과는 함께 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코슈투니차 총리는 10일 각료회의를 소집해 5월11일 총선 실시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타디치 대통령은 “총리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조기총선에 동의했다. 이로써 타디치 대통령의 민주당과 코슈투니차 총리의 세르비아민주당의 연정은 10개월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지난달 17일 코소보의 독립 선언 뒤, 코슈투니차 총리는 유럽연합의 코소보 독립 지지 철회가 전제되지 않으면 유럽연합 가입 절차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또 야당인 급진당과 함께 △유럽연합 지원단 1800명의 코소보 파견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코소보 독립을 인정한 나라들의 입장 번복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추진했다. 그러나 친유럽연합 성향의 각료들이 호응하지 않자 연정 해산을 선언한 것이다. 타디치 대통령은 일단 유럽연합에 가입해야 코소보에 대한 세르비아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비비시>(BBC) 방송은 세르비아의 조기총선이 코소보의 독립에 대한 전체 세르비아인들의 견해를 표명할 첫 기회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코소보의 독립 선언 뒤 여론조사를 보면, 가장 격렬하게 반발하는 1당인 급진당이 40% 가량의 지지율로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반발 여론에 힘입어 강경 민족주의 세력이 기반을 넓히면, 코소보 갈등과 발칸반도 정세는 더욱 중대한 국면으로 접어들 전망이다. 지난달 초 대선에서는 타디치 대통령이 급진당 후보를 근소한 차이로 누른 바 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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