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스 사파테로 스페인 총리가 9일 치러진 총선에서 승리한 뒤, 마드리드 사회민주당에서 얼굴에 미소를 띠며 기뻐하고 있다. 마드리드/AP 연합
보수적 가톨릭 사회 바꾼 사파테로 총리 연임
사생활로 입길 오른 사르코지, 지방선거 ‘타격’
사생활로 입길 오른 사르코지, 지방선거 ‘타격’
9일 스페인과 프랑스에서 치러진 선거에서 좌파 정당들이 약진했다. 중도좌파 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스 사파테로 스페인 총리는 연임에 성공한 반면, 중도우파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지방선거 패배로 큰 정치적 부담을 떠안게 됐다.
■ 기세오른 사파테로=사파테로 총리가 이끄는 사회노동당(PSOE)은 이날 총선에서 169석(43.64%)을 얻어, 153석(40.11%)을 얻는 데 그친 우파 국민당(PP)을 제치고 재집권했다. 2004년 총선 당시 191명이 목숨을 잃은 지하철 테러사건 직후 당선돼 승리를 ‘거저 주웠다’는 놀림을 받아왔던 그는 이번 선거를 통해 권력기반을 굳혔다. 이날 선거에서 두 당은 기존보다 5석씩 더 얻어, 양당구도가 더욱 분명해졌다.
현지언론 <엘파이스>는 10일치 사설에서 “국민이 사파테로 총리에게 그동안 실시해온 핵심 경제·사회정책을 계속 수행하도록 기회를 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집권 4년 동안 보수적인 카톨릭 사회를 크게 바꿨다. 동성 간 결혼 입법화, 여성권리 강화, 이혼절차 간소화, 불법노동자 사면 등이 대표적이다. 스페인의 단결을 위협한다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바스크와 카탈루냐 지역의 자치를 확대했다. 사파테로 총리는 “국민이 긴장과 대결이 없는 새로운 세기를 열자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며 “무엇보다 가난한 이들을 먼저 생각하겠다”고 밝혔다.
사파테로 총리는 연임에 성공했지만, 앞날은 험난하다. 지난해 3.8%였던 경제성장률은 올해 2% 수준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실업률은 8.6%로 올랐고, 인플레이션은 10년 만에 최고치다. 과반인 176석에는 7석이 모자라, 군소정당과 협력 등도 과제다.
■ 풀죽은 사르코지=사르코지 대통령이 이끄는 집권여당인 대중운동연합(UMP)은 이날 지방선거 1차 투표에서 전국적으로 45.5% 득표에 그쳐, 47.5%를 얻은 사회당에 뒤졌다. 최대 선거구인 파리시장 선거에서도 사회당 베르트랑 들라노에 후보가 재선에 성공할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선거는 지난해 5월 취임한 사르코지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로 받아들여진다.
사르코지는 취임 뒤 부인 세실리아와 이혼, 카를라 부르니와의 연애를 둘러싼 과다한 사생활 노출 등으로 “대통령 본연의 업무를 소홀히 한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취임 당시 67%를 기록했던 지지도는 3분의 1로 급락한 상태다. 세금인하 등의 공약도 지키지 못하고, 물가상승 등 현안들도 해결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프랑수아 올랑드 사회당수는 “사르코지 대통령과 지난 9개월 동안 실시된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의 경고”라며 승리를 자평했다. 이날 사회당은 파리·리옹·릴 등 주요 도시의 시장직을 유지했고, 스트라스부르·마르세유·툴루즈 등의 결선투표에서도 여당을 위협하고 있다.
사르코지가 어느 정도 타격을 입을 것인지는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은 지역의 결선투표(16일)에 달려 있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1~2개 주요 도시에서 더 패배한다면 사르코지 방식의 개혁 추진에 큰 짐이 될 수 있다”고 10일 보도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사파테로 / 사르코지
스페인 주요정당 확보 의석 득표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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