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출 청소년에 적용 거론
총리가 앞장…반대론도 거세
총리가 앞장…반대론도 거세
“나는 영국인으로서 여왕에게 충성을 맹세하며….”
영국에서 의무교육을 마치고 사회에 진출하는 16살 청소년들에게 ‘충성맹세’를 시키는 방안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더타임스> 등이 11일 보도했다. 전 법무장관 골드 스미스경은 이날 “분열된 나라”에서 ‘영국인’이라는 긍지·정체성·소속감을 높이기 위해 이런 방안을 담은 보고서를 고든 브라운 총리에게 제출했다. 런던 올림픽과 여왕 즉위 60년이 되는 2012년에 맞춰, 국가에 대한 충성을 확인하고 업적을 기리는 새 국경일 ‘영국의 날’을 정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자원봉사 세금 감면, 이민자 영어 교육비 대출 등도 제안됐다.
보고서 마련을 지시한 브라운 총리는 환영했다. 지난해 6월 취임 뒤부터 영국인의 긍지와 업적을 강조해온 그로서는 당연하다. 이민자와 테러 증가로 국가적 소속감과 정체성, 유대감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서로를 하나로 묶어줄 의식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 설익은 발상이라는 반발도 거세다. ‘21세기에 어린 학생들이 여왕이나 국가에 충성맹세를 하는 것은 코미디’라는 주장이다. 스코틀랜드, 웨일즈, 북아일랜드 등 가뜩이나 지방별 자치·독립 정서가 강한 곳에선 ‘영국인’이라는 하나의 정체성을 강조하는 데 대한 거부감이 크다. 이들 지역에서 반대 여론이 뜨거운 것도 이 때문이다.
애국을 강조하는 것이 다분히 미국적이라는 점도 부정적 인식을 더한다. 웨일즈 출신의 폴 플린 의원(노동당)은 “그동안 조롱하던 미국식 관습을 흉내내는 바보같은 시도”라고 비판했다. 영국인이라는 의식을 고양하는 방안이 여왕에 대한 충성맹세밖에 없느냐는 지적도 나왔다. 정치권에서는 이 방안을 밀어 붙이면, 심각한 분열을 낳을 수 있다는 경고도 잇따르고 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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