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차례 성관계”도 내걸며 젊은이들에 성매매 강요
“자유분방한 분에게는 방을 공짜로 드립니다.”
프랑스 부동산 임대 사이트에서는 이런 광고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젊고 매력적인 세입자”를 요구하거나, 노골적으로 “매달 두번씩 성관계”를 조건으로 내건 데도 있다. 일간 <리베라시옹>은 최근 월세 액수가 명시되지 않은 부동산 광고 50여건에 대해 전화를 걸어본 결과, 집주인 대부분이 ‘성적 대가’를 요구했다고 폭로했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12일 프랑스의 부동산값 폭등이 젊은이들을 성매매로까지 내몰고 있다고 전했다. 프랑스의 베스트셀러 목록에는 가난한 대학생이 집주인과 ‘노예 계약’을 맺은 뒤에야 방을 구한 실화를 익명으로 쓴 책 <친애하는 나의 공부여>가 올라 있다. 저자는 “수입의 70% 이상이 집세라니 말이 되느냐”며, 주택 시장에서 힘없는 세입자들이 갈수록 물리·심리적 폭력에 노출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성인의 독립을 당연시하는 프랑스에서 주머니가 가벼운 젊은이들의 주택난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주택 건설이 지연되며 파리 등에서는 수요가 공급을 훨씬 웃돈다. 강력한 세입자 보호법에 불만을 품은 집주인들이 임대를 꺼리면서 공공 임대주택 대기자가 100만명을 넘어섰고, 노숙자도 10만명을 헤아린다. 프랑스 정부조차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주택난’이라고 인정할 정도다.
이로 인해 ‘주거권 보장’을 내건 시민 단체들도 세를 불리고 있다. 급진 게릴라 단체인 ‘검은 목요일’은 세입자에게 돈 이외의 부당한 요구를 하는 집주인들을 공격하고, 터무니없는 값을 내건 아파트의 내부를 찍어 인터넷을 통해 고발한다. ‘돈키호테의 아이들’이라는 단체는 지난해 파리 센강에서 수백명이 참여한 가운데 ‘집단 노숙’ 시위를 벌이며 정부를 압박했다. 일부 무주택자들은 파리 도심의 버려진 건물을 점거한 뒤 ‘주택 위기부’로 명명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서수민 기자 wikk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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