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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러시아 ‘졸부’의 도넘은 오만

등록 2008-03-18 19:24

손꼽히는 부호 아갈라로프
초호화 부자마을 짓겠다며
주민에 ‘떠나라’ 방화·폭력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인근 보로니노 마을은 강이 내려다보이는 빼어난 풍광을 자랑한다. 하지만 이 마을 사람들은 날마다 괴전화에 시달린다. 잦은 방화에 밤잠을 설치기도 한다. 주민 알렉산더 모로조프는 마을 사람들에게 겁을 주기위한 의도로 살해된 개 두마리가 발견됐다며, “이곳은 지옥이 됐다”고 말했다.

마을에 재앙이 닥친 것은 지난해 러시아 최대 부호 가운데 한명인 아라즈 아갈라로프가 마을 바로 옆에 초호화 주거단지 개발 계획을 발표한 뒤부터다. <포브스> 추정 자산만 12억달러(약 1조2100억원)인 아갈라로프는 ‘세계 최고 부자들을 위한 마을’을 표방하며, 집 150채와 인공 해변, 인공 호수 14개, 18홀 골프장 등을 건설 중이다.

아갈라로프는 개발에 ‘방해’가 되는 보로니노 주민들에게 이사를 종용해 왔다. 그러나 34가구 가운데 11가구만 이사에 합의했다. 갖은 으름장과 노골적 폭력에 맞서 마을 사람들은 소송을 제기했고, 이 과정에서 아갈라로프가 건축 허가조차 받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하지만 사업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최근에도 전과가 있는 아들을 둔 한 집이 ‘아들을 다시 감옥으로 보내겠다’는 협박에 못이겨 고향을 떠났다.

<모스크바타임스>는 18일 빈부 격차가 더욱 심각해지는 러시아에서 부유층이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서민들의 땅을 빼앗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며, 보로니노 마을의 사연을 소개했다. 2년 전에도 모스크바 외곽 부토보에서 땅과 집을 몰수당한 마을 사람들의 시위에 전투 경찰이 파견돼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야당 소속 모스크바 시의원인 세르게이 미트로킨은 “우리는 범죄적 사유화라고 부를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며 거세게 비난했다. 그러나 이런 흐름은 가속화할 전망이다. 러시아 정부는 2014년 소치 겨울철올림픽을 앞두고 정부의 토지 수용을 더욱 손쉽게 만드는 법률을 제정했다. 이 법은 앞으로 기업 등의 개발사업에도 확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서수민 기자 wikk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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