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가톨릭, 독일내 모스크 설립과 연계
이슬람 국가인 터키에 기독교 센터를 건립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고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 인터넷판이 21일 보도했다.
이 잡지는 로마 교황청이 사도 바울(바오로)의 탄생지인 터키 타르수스에 기독교 센터를 건립하기 위해 터키 정부와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약 2000년 전 타르수스가 위치한 터키 소아시아 지역은 로마 제국의 통치하에 있었으며 바울은 이곳의 유대인 가문에서 태어났다.
터키-시리아 접경지역의 타르수스에는 바울을 기리는 성 바울 교회가 있다. 많은 기독교인들은 이 교회에서 예배하기를 원하지만 터키 당국은 이 교회 입장을 제한할 뿐 아니라 입장료를 부과하는 등 여러 가지 제약을 가하고 있다.
교황청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타르수스를 찾는 기독교인들이 자유롭게 만나고 예배할 수 있는 기독교 센터를 건립할 계획을 마련했다.
특히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올해를 `성 바울의 해'로 선포하고 이 문제를 공론에 부치는 등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한 기독교 센터 건립을 촉구하기 위해 오는 6월 타르수스에서 교황청이 주재하는 기념 미사가 거행될 예정이다.
가톨릭 교회는 터키 정부가 이 제의를 쉽게 거부하지는 못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유럽연합(EU) 가입을 추진하고 있는 터키가 로마 교황청 및 서유럽 기독교 국가와의 관계를 고려해 이 문제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독일 가톨릭 교회는 터키 내 기독교 센터 건립을 독일 내 이슬람 사원(모스크) 건립과 연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최근 모스크 건립이 붐을 이루고 있다. 이에 대해 독일 기독교계에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종교간 화합을 위해 이를 용인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런 관점에서 터키와 독일이 상호 기독교 및 이슬람 종교 시설 건립을 허용하자는 것이다.
한스-요헨 야쉬케 함부르크 부주교는 타르수스의 기독교 센터는 매우 중요한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주교회의의 종교 간 대화를 관장하고 있는 야쉬케 부주교는 이 계획은 단순히 `교회-모스크 맞교환'이 아니라 터키 내 기독교인이 인정받는 신호가 되고 이는 독일 내 터키인이 인정받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터키의 국부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는 세속국가주의를 표방하면서 이슬람 사원과 성직자에 대한 정부의 통제를 강화했다.
터키 정부의 세속주의 정책은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지만 실제로는 기독교에 대해서도 엄격한 통제를 가하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기독교 센터 건립을 위해서는 터키 정부를 설득하는 것이 관건이 되고 있다.
독일 쾰른 대주교인 요아힘 마이스너 추기경은 지난 달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에게 보낸 서신에서 이 계획을 지지해줄 것을 요청했다. 지난달 쾰른을 방문한 에르도안 총리는 독일 가톨릭 교회의 요청을 받아들여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기독교 센터 건립을 지지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슬람과의 교류와 대화를 모색하고 있는 교황청은 사우디 아라비아에도 가톨릭 교회를 건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지난주에는 이슬람 국가인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첫 가톨릭 교회가 문을 열었다.
송병승 특파원 songbs@yna.co.kr (베를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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