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이민자들이 스파게티와 피자 등 이탈리아 요리를 세계의 인기 메뉴로 만들었지만 정작 이탈리아에서는 외국인 요리사들이 크게 늘어나 이들이 만드는 음식이 과연 이탈리아 전통 음식이 맞는지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7일 이탈리아 식당에서 힘들고 저임금에 시달리는 주방일을 하는 이탈리아인이 줄어 외국인 요리사나 주방 보조가 없는 음식점을 찾기 어려울 정도가 됐고 일부 외국인 요리사는 최고의 이탈리아 음식을 만드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권위있는 음식 전문지를 발행하는 감바로 로소가 지난달 로마에서 전통 음식인 카르보나라를 만드는 최고의 음식점을 선정한 결과 1위는 주방장이 튀니지인인 '안티코 포노 로시올리'가, 2위는 인도인이 주방장인 '라칸젤로'가 차지했다.
이런 현상은 이탈리아에 모로코, 튀니지, 루마니아, 방글라데시 등에서 온 외국인 이민자들이 늘어나는 것과 무관하지 않아 지금은 요리사나 주방 보조 중에 외국인이 한 명도 없는 음식점을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이렇게 되자 음식을 자신들의 정체성의 한 요소로 중시하는 이탈리아인들 사에서는 이탈리아 전통 요리가 변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일부에서는 외국인 요리사들이 이탈리아 음식의 흉내만 낼 뿐 음식을 진정으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방글라데시인 종업원 몇 명을 고용하고 있는 라카노니카 식당의 로리아나 비안치는 "전통은 외국인이 아니라 이탈리아 젊은이들에 의해 이어져야 한다"면서 "이는 인종 차별이 아니라 문화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도 국제화의 물결 속에 20년전 만해도 몇몇 중국식당 외에는 외국 음식점을 찾아보기 어려웠던 외국 식당이 지금은 일본이나 인도 음식 등으로 확대되는 등 다른 나라 음식을 받아들이는 변화가 진행되고는 있으나 그 속도는 더딘 편이다.
로마의 공립학교는 지난해 한 달에 한 번은 외국 음식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의 시행에 들어갔지만 많은 부모들이 불평을 해 외국 음식이 나오는 날에도 4가지의 음식 중 하나는 이탈리아 음식을 포함하도록 했다.
외국인 요리사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런 추세대로라면 10년 안에 중저가 음식점의 요리사가 거의 대부분 외국인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 편에서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최고의 이탈리아 요리에 대한 관심도 되살아나는 현상도 동시에 나타나 4년 전 문을 연 이탈리아요리 국제학교의 경우 고급 이탈리아 요리를 배우려는 신세대들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다. 이 학교의 안드레아 시니가글리아 이사는 조만간 이탈리아 식당들이 이탈리아 주방장이 있는 고급 식당과 외국인 주방장이 있는 관광객 대상 식당으로 나눠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준 특파원 june@yna.co.kr (뉴욕=연합뉴스)
외국인 요리사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런 추세대로라면 10년 안에 중저가 음식점의 요리사가 거의 대부분 외국인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 편에서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최고의 이탈리아 요리에 대한 관심도 되살아나는 현상도 동시에 나타나 4년 전 문을 연 이탈리아요리 국제학교의 경우 고급 이탈리아 요리를 배우려는 신세대들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다. 이 학교의 안드레아 시니가글리아 이사는 조만간 이탈리아 식당들이 이탈리아 주방장이 있는 고급 식당과 외국인 주방장이 있는 관광객 대상 식당으로 나눠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준 특파원 june@yna.co.kr (뉴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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