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르난도 루고(오른쪽) 파라과이 대통령 당선자가 23일 수도 아순시온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경호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아순시온/AP 연합
파라과이 루고 주교 ‘일시정지’ 국민지지 감안할 가능성도
교황청이 고민에 빠졌다. 지난 20일 파라과이 대통령에 뽑힌 페르난도 루고 당선자가 가톨릭 주교인 탓이다. 교황청은 사제가 정치적 직책을 맡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루고는 본격적 정치 참여를 위해 2006년 12월 주교직 사임을 교황청에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회변혁을 강조하는 해방신학의 영향을 받은 루고는 극빈층을 도우면서 성직자의 한계를 느꼈고, 정치에 참여해 근본적인 변화를 만들기 원했다. 반면, 교황청은 “주교 서품은 평생의 서약”이라며, 지난해 미사집전 등 주교 임무를 ‘일시정지’시켰을 뿐이다.
<로이터> 통신은 24일 루고가 “가난한 이들의 주교”로 존경받고 있어 교황청이 더욱 고민스럽다고 전했다. 미국 조지타운대 신학센터 톰 리스 신부는 “교황청은 루고를 지지한 파라과이 국민들과 관계가 소원해지거나, 가톨릭 교회와 파라과이 사이에 중대한 위기가 생기기를 바라지 않는다”며 “그냥 무시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일 수 있다”고 말했다. 페데리코 롬바르디 교황청 수석대변인은 “루고의 개인적 상황을 차분히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종 결정은 베네딕토 16세 교황에 달렸다. 파라과이 언론들은 루고가 2013년 임기 만료 뒤 주교로 복직하는 데도 관심이 있다고 전했다.
가톨릭 사제 출신 정치인의 대표적 예로,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의 장베르트랑 아리스티드 전 대통령을 들 수 있다. 그는 1994년 대통령 당선 뒤 교황청의 압력을 받아 성직에서 물러났으며, 이후 결혼도 했다. 로버트 드리난 신부는 미국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돼 10년간 의원으로 지내다, 1980년 정치와 성직 가운데 선택하라는 요구를 받고 재출마를 포기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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