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세 전쟁’ 명분 누리집에 24시간 공개…“베를루스코니에 정치보복” 분석도
이탈리아 정부가 전 국민의 납세 자료를 인터넷에 공개하며 나라가 발칵 뒤집혔다.
<로이터> 통신은 이탈리아 국세청이 지난달 29일 홈페이지에 전 국민의 소득세 내역을 공개해, 친구나 친지, 유명인의 재산 및 납세액을 알아보려는 사람들로 홍수를 이뤘다고 1일 보도했다.
공개된 정보는 지역별로 분류된 개인의 이름과 생년월일, 주소, 신고한 소득 및 납세액이 적혀있는 자료이다.
현지 일간 <코리에라델라세라>는 사람들이 이웃의 재산을 조회하고, 연예가 뒷공론을 즐기는 이들이 스타들의 재산을 조회하는 등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고 전했다.
거의 24시간동안 사이트에 올라있던 정보는 방문객이 폭주하며 접속 불능 사태에 이르렀다. 사태는 이탈리아 정부의 프라이버시 감독기구가 국세청에 자료를 즉각 내릴 것을 명령하며 종료됐다.
이탈리아 정부는 이번 정보 공개가 임기 마지막인 로마노 프로디 정권이 야심차게 추진했던 탈세와의 싸움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마시모 로마노 국세청장은 소득세 신고 자료의 공개가 “공익의 관점에서 투명성을 지니고 정보의 자유로운 유통을 허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탈리아 소비자 단체들은 이번 국세청의 조치에 강력하게 반발했다. 소비자단체 ADOC는 “범죄 조직들이 이런 정보에 관심을 가질 것이고, 그 결과 범죄와 폭력이 확산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 조치가 다음주 출범하는 우파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를 겨냥한 ‘정치적 보복’이라는 분석도 있다. 17조원이 넘는 자산을 가진 그는 <포브스>가 꼽은 세계 90대 부호에 든다. 서수민 기자 wikka@hani.co.kr
이번 조치가 다음주 출범하는 우파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를 겨냥한 ‘정치적 보복’이라는 분석도 있다. 17조원이 넘는 자산을 가진 그는 <포브스>가 꼽은 세계 90대 부호에 든다. 서수민 기자 wikk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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