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위크 “시장친화 정책·인권문제조차 외면”
유럽 정계에 ‘보수’ 바람이 거세다.
<뉴스위크>는 지난달 치러진 이탈리아 총선에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중도우파연합이 정권을 탈환하는 등, 유럽 전역에서 보수 진영이 세를 확장하고 있다고 최신호에서 보도했다.
토니 블레어(영국)를 비롯해, 리오넬 조스팽(프랑스), 게르하르트 슈뢰더(독일), 예란 페르손(스웨덴) 등 다수의 중도좌파가 집권했던 10년 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유럽 좌파가 집권 뒤 장기적인 정치계획과 변화의 전망을 내놓지 못한 사이,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좌파 집권국은 영국과 스페인, 포르투갈 등 세곳으로 줄어 들었다.
하지만 <뉴스위크>는 권력을 장악한 유럽 보수 진영이 뭔가를 이뤄낼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2차세계 대전 이후 집권한 윈스턴 처칠(영국)이나 샤를 드골(프랑스), 콘라드 아데나워(서독) 등의 보수 정권이 △수정 자본주의 도입 △공산주의에 대한 저항 △로마 가톨릭 교리와 유대-그리스도교적 가치 신봉 등 명확한 목표를 제시했던 것과 달리, 지금의 유럽 우파는 단순히 자리만 늘렸을 뿐 전망과 철학이 없다는 게 이유다.
특히 최근 유럽 보수 진영의 행보는, 인기에 영합해 ‘작은 정부·낮은 세금·더 많은 시장’이라는 보수 진영의 황금률에 등을 돌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국의 고든 브라운 노동당 정부가 오히려 감세 정책을 내놓고, 보수당이 보건·방위비 지출을 늘리겠다고 나선 게 대표적이다. 또, 공산 치하의 폴란드와 체코슬로바키아의 인권 문제에 열을 올리던 과거의 보수 정치인들과는 달리, 지금은 중국의 인권 유린 실태에 눈을 감고 있다. 유럽에 전체주의가 파급되는 것을 막기 위해 애쓰는 대신, 이젠 동성애 및 여성 혐오의 확산도 방치하고 있다. 이에 <뉴스위크>는 처칠과 드골, 아데나워가 무덤 속에서 탄식할 일이라고 전했다.
이정애 기자 hon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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