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 중 민간인 대량학살 사건에 연루돼 종신형을 선고받고 14년째 가택연금 상태로 지내고 있는 전 나치 독일 친위대(SS) 장교가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리는 한 미인대회 심사위원으로 초청돼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이탈리아 일간 라 레푸블리카는 9일 '충격적인 미인대회 심사위원 SS'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로마에서 가택연금 상태로 기거해온 95세의 에릭 프리브케가 한 미인대회 심사위원으로 초빙됐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미인대회 주최측은 "미인대회가 평화를 상징하기 때문에 모두 평화롭게 살자는 취지로 (프리브케를) 초청했다"며 "고령인 프리브케에게 하루 정도 자유를 주는 것도 평화의 실행"이라고 주장했다.
초청장은 미인대회를 주관하는 클라우디오 마리니의 이름으로 발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프리브케는 이에 대해 "아마도 내가 세계에서 가장 늙은 죄수일텐데 비록 그 곳에 가지는 않을 것이지만 14년만에 하루만이라도 세상에서 자유롭게 다니고 싶은 열망은 있다"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그러나 로마 유대인연합은 즉각 반대 성명을 발표, "이 나치 전범을 초청한 용기가 있었는가?"라고 물으면서 "정말 미련한 행동을 한 것"이라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프리브케는 1944년 3월23일 있었던 레지스탕스의 공격으로 32명의 독일군이 사망하자 이에 대한 보복으로 335명의 민간인을 죽인 `아르데아티나 학살사건'을 주동한 인물로, 종전 후 아르헨티나로 도피해 살다가 1994년 체포되어 이탈리아 법정에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로마=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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