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동성애 커플의 첫 결혼식이 3일 열렸다. 그러나 합법적인 부부가 될 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리스 검찰이 동성애 커플의 결혼은 불법이자, 무효라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날 에게해 남동부의 틸로스섬에서 결혼식을 올린 커플은 게이 1쌍, 레즈비언 1쌍으로, 이들은 식이 끝난 뒤 틸로스섬 행정 당국에 서약까지 마쳤다. 이들은 현행 그리스 민법이 혼인 대상자의 성별을 지정하고 있지 않은 점을 십분 활용했다.
이들의 결혼에는 틸로스섬의 타소스 알리페리스 시장이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했다. 알리페리스 시장은 "동성애는 기본적인 인권"이라며 이들의 결혼을 적극 지원했다.
이날 결혼한 에반젤리아 블라미는 그리스 게이.레즈비언협회(OLKE)의 여성 대변인이다. 그녀는 "꿈을 실현한 것이 너무 행복하고 감동적이다. 더욱이 그리스의 첫 레즈비언 부부가 됐다는 데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협회 측은 이번 결혼식이 동성애자의 권리를 인정하기 보다는 그냥 묵인해온 그리스인들의 태도를 변화시키는데 일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검찰 당국과 보수적인 정교회는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며칠 전 검찰 고위 관계자가 알리페리스 시장에 대한 사법처리 가능성을 경고한 데 이어 법무부는 이날 결혼식은 불법이며, 관련자는 모두 기소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소티리스 하치가키스 법무장관은 "그리스에는 동성애 결혼을 용인할 법 체계가 없다"며 이들의 결혼은 무효라고 밝혔다.
정교회도 즉각 성토하고 나섰다. 성직자인 스틸리아노스 카르파티우는 TV에 나와 "동성애는 육체적, 생물학적 보편성을 거스르는 재앙이며 죄악"이라고 성토했다.
이웃 로데스섬의 하치스 하치에프티미우 시장은 "주말에 많은 가족들이 로데스섬에 휴양을 오는데, 앞으로는 백사장에서 이들 선량한 가족들 대신 동성애 커플을 보게 됐다"고 비꼬았다. 유럽에서는 이미 많은 국가들이 동성애 결혼을 합법화하거나 동성애 커플의 법적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네덜란드가 2001년 가장 먼저 동성애 부부를 공식 인정했으며, 벨기에가 2003년, 스페인이 2005년 그 뒤를 따랐다. 권혁창 특파원 faith@yna.co.kr (부다페스트=연합뉴스)
이웃 로데스섬의 하치스 하치에프티미우 시장은 "주말에 많은 가족들이 로데스섬에 휴양을 오는데, 앞으로는 백사장에서 이들 선량한 가족들 대신 동성애 커플을 보게 됐다"고 비꼬았다. 유럽에서는 이미 많은 국가들이 동성애 결혼을 합법화하거나 동성애 커플의 법적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네덜란드가 2001년 가장 먼저 동성애 부부를 공식 인정했으며, 벨기에가 2003년, 스페인이 2005년 그 뒤를 따랐다. 권혁창 특파원 faith@yna.co.kr (부다페스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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