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결 잃으면 파혼·폭행 당해
결혼 앞두고 수술대에 올라
결혼 앞두고 수술대에 올라
23살의 한 젊은 여성이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 뒷편의 한 개인병원에서 처녀막 재생수술을 받기 위해 누워 있다. 이슬람교를 믿는 모로코 혈통의 프랑스 여성이다. 결혼을 앞둔 이 여성은 “우리 문화에서 처녀가 아닌 것은 더러워진 것”이라며 “지금은 처녀성이 생명보다 더 소중하다”고 말했다. 마케도니아 출신으로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사는 32살의 여성도 8년 간 남자 친구와 성관계를 맺었지만, 처녀막 재생수술을 받기로 결정했다. 모두 부모나 남편 또는 남편 가족에게 처녀성을 입증하기 위해서다.
유럽의 이슬람계 여성들이 서구 사회의 자유로운 성생활과 결혼 전 순결을 강조하는 부모나 조부모 세대의 뿌리 깊은 전통 사이에서 혼란을 겪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11일 보도했다. 산부인과 의사들은 ‘처녀성 증명서’를 찾는 이슬람계 여성이 최근 몇 년 사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인터넷에는 통상 3천달러(약 310만원)가 드는 수술을 더 싸게 받기 위해, 튀니지 등으로 처녀막 재생수술 여행을 떠나는 상품 광고도 등장했다. 이탈리아에선 처녀막 재생수술을 다룬 코미디 영화가 곧 개봉될 정도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산부인과 의사들은 평온한 결혼생활을 누리고 부모나 형제들에게 폭행당하거나 심지어 살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슬람계 여성들이 불가피한 선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에서는 지난달 29일 한 지방법원 재판부가 처녀라고 속이고 결혼한 신부를 상대로 무슬림 신랑이 제기한 혼인무효 청구소송을 받아들인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큰 사회적 논란이 일었다. 신부의 순결은 남자가 결혼하기로 결정한 중요한 사유인데, 신부에게 속아 결혼한 게 인정된다는 것이다. 여성계는 여성 인권 침해이자, 남녀 평등에도 위배되는 구시대적이라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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