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반세기만에 대폭 개헌…대통령 권한강화

대통령 의회서 연설 권한..임기는 중임으로 제한

프랑스 의회가 21일 대통령의 권한을 현재보다 크게 강화하는 내용의 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의회는 이날 오후(현지시간) 베르사유 궁전에서 상.하원 합동 특별회의를 열어 대통령과 정부, 의회의 역할을 분명하게 구분한 헌법 개정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539표, 반대 357표로 승인했다.

헌법 개정안은 이날 재적의원 5분의 3인 538표의 찬성을 필요로 하는 개헌안 통과 요건을 단 1표 차이로 가까스로 충족시켰다.

프랑스에서 1958년 제5공화국 출범이래 헌법이 개정된 것은 이번이 24번째이나 이 같은 대대적인 손질은 반세기 만에 처음있는 일이다.

이날 의회를 통과한 헌법 개정안은 현재 제한 없이 연임이 가능한 대통령의 임기를 중임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대통령의 임기가 재선 10년으로 제한된다.

또한 의회가 대통령의 공직 임명 과정에서 주요 공직자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지 의회에 출석해 정부 정책에 대해 직접 의원들에게 설명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는 프랑스 역사상 처음으로 도입되는 것이다.

개정안은 이와 함께 터키 등과 같은 유럽연합(EU) 신규 회원국 가입 안건을 국민투표에 부쳐 국민의 동의를 구하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이 조항은 의회가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의 득표로 찬성하면 사례별로 철회될 수도 있다.

현재 프랑스 국민은 터키의 EU 가입에 대해 전반적으로 반대하는 기류가 우세하다.

이에 앞서 사르코지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취임 직후 1958년 샤를 드골 전 대통령에 의해 도입된 제5공화국 헌법의 개정 필요성을 처음으로 역설하면서 대통령의 권한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에두아르 발라뒤르 전총리가 이끄는 프랑스 정치제도 및 개헌연구위원회가 다소 모호한 대통령과 정부, 의회 사이의 역할을 분명하게 구분하고 실질적인 정책 의사결정권을 대통령에게 부여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마련했었다.

한편, 사르코지 정부는 이날 투표 직전까지 야당인 사회당과 공산당, 녹색당 소속 의원들의 표를 얻기 위해 치열한 로비 활동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당은 이번 헌법 개정으로 역대 대통령과 달리 '하이퍼 대통령'으로 불리는 사르코지 대통령에게 지나치게 많은 권한이 부여된다고 비판하고 있다.

(파리=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