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완다 대학살’ 개입 거론되는 주요 프랑스 정치인들
정부, 미테랑 전 대통령 등 명단 포함 보고서 발표
“군사훈련 등 학살계획 도와”…프랑스“답변 곤란”
“군사훈련 등 학살계획 도와”…프랑스“답변 곤란”
프랑스가 ‘르완다 대학살’에 개입했다는 르완다 정부의 조사 보고서가 나왔다.
르완다 정부는 5일, 1994년 대학살에 연루된 프랑스 정치인과 군부 지도자들의 명단을 공개하고, 이들의 단죄를 촉구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이 보도했다.
명단에는 에두아르 발라뒤르 당시 프랑스 총리와 프랑수아 미테랑 당시 대통령, 알랭 쥐페 전 총리(당시 외무장관), 도미니크 드빌팽 전 총리(당시 쥐페 외무장관의 수석 보좌관) 등 고위급 정치인 13명과 군 관계자 20명이 포함됐다. 그동안 프랑스의 르완다 대학살 개입을 주장해왔던 르완다 정부가 이 보고서를 통해 공식적인 책임 추궁에 나선 것이라는 점에서, 향후 상당한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전망된다.
500쪽 분량의 보고서에는 프랑스군이 △대량학살이 준비되고 있음을 미리 알고 있었고 △르완다군을 훈련시키는 등 대량학살 계획에 일조했으며 △투치족은 물론 투치족을 숨겨준 후투족까지 직접 살해하고, 투치족 여성들을 성폭행하는 등 학살에도 적극 개입했다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이런 조사 결과를 토대로 보고서는 “르완다 정부가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대학살에 연루된 프랑스 정계와 군부 지도자들이 법정에서 자신들의 행위에 대해 해명하도록 모든 필요한 조처를 강구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루이즈 무시키와보 르완다 정보부 장관은 기소를 위해, 이번 조사 결과를 검찰에 넘길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 르완다 정부는 체포 영장 발부를 위해 ‘보편적 사법 관할권’ 행사를 고려하게 될 것이다. 그는 프랑스 정부에 “르완다 정부만큼 보고서 내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기소시 협조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 경우, 아프리카 국가가 전쟁 범죄에 대한 책임을 물어 유럽 국적자를 인도하는 첫 사례가 될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했다.
하지만 프랑스 정부는 “전체 보고서 내용을 보지 못해 답변하기 곤란하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동안 프랑스는 대학살 개입설에 대해 “정치적 실수가 있었다”는 표현을 썼을 뿐, 학살에 책임이 있다는 주장은 강력하게 부인해왔다.
르완다와 프랑스 사이에서 대학살 개입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것은 2006년이다. 당시 프랑스 법원은 르완다 대학살의 도화선이 됐던 1994년 항공기 격추 사건의 책임을 물어, 투치족 출신 폴 카가메 현 대통령의 측근들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르완다 대학살의 책임을 카가메 진영에 돌린 셈이다. 이 때문에 양국은 외교 관계를 단절하는 등, 극한 상황까지 치달은 바 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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