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가 '남자는 밖에서 세차하고 여자는 부엌에서 설거지하는' 식의 광고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고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 인터넷판이 3일 보도했다.
유럽의회는 이날 광고업체들이 남성과 여성의 전통적 성역할을 끊임없이 강조하는 광고를 중단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찬성 504, 반대 110, 기권 22의 압도적 표차로 승인했다.
의원들은 보고서에서 "광고나 마케팅에서 여성과 남성이 묘사되는 방식이 시대에 뒤떨어진 성역할 개념의 추방을 어렵게 하고 있다"면서 회원국들에 대해 성역할의 스테레오타입을 강화하는 장면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광고가 있는지 더욱 면밀히 감시해줄 것을 촉구했다.
스웨덴 출신의 에바 브리트 스벤손 의원이 제출한 이 보고서는 또 유럽연합(EU) 관련 기관에도 성 차별에 관한 기존 법률들이 어떻게 집행되고 있는지 감독을 강화할 것을 요구하는 한편 언론과 광고업체들에 대해서는 성적인 관점에서 모범을 보여줄 것을 호소했다.
스벤손 의원은 독일 DPA 통신과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광고에 의해 얼마나 많은 영향을 받는지 잘 인지하지 못한다"면서 "여성과 남성이 스테레오타입적 방식으로 묘사될 경우 전통적인 성 역할이 아닌 다른 분야에서 남성과 여성의 능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거나 청소년들이 교육이나 경력을 선택하는 데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유럽 의회는 광고업체들에 지나치게 마른 여성을 모델로 쓰지 말고 그 대신 "좀 더 현실적인 범위"의 체형을 지닌 모델을 출연시키도록 촉구하는 별도 보고서에 대해서는 승인을 거부했다.
(베를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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