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그루지야서 한달 내 철군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8일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오른쪽), 주제 마누엘 바로수 유럽연합 집행위원장과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 자신의 별장에서 그루지야 전쟁과 관련해 회동을 하고 있다. 모스크바/AP 연합

사르코지·드미트리 전격 철군 발표
압하지야·남오세티야 지역은 제외

러시아가 그루지야 영토에서 한달 안에 철군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그루지야 전쟁의 원인이 됐던 그루지야내 압하지야와 남오세티야 두 자치지역은 철군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루지야 전쟁 한달을 맞은 8일,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러시아를 방문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만난 뒤 기자회견을 열고 이런 합의사항을 밝혔다. 두 정상은 유럽연합(EU)이 10월1일까지 남오세티야에 감시단 200명을 파견하고, 그루지야 영토내에 설치한 러시아 검문소 등도 1주일 안에 없애기로 합의했다. 또 압하지야와 남오세티야 두 지역에 관한 국제회의를 오는 10월15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기로 합의했다. 유럽연합과 러시아 사이의 파트너십 협상도 러시아가 합의사항을 이행할 경우, 이르면 10월에 재개될 수 있다고 사르코지 대통령은 밝혔다.

앞서, 사르코지 대통령은 지난달 12일 모든 군사적 행위를 중단하고, 양국 군대가 전쟁이 나기 전의 주둔지로 돌아갈 것을 뼈대로 하는 합의를 중재했지만, 러시아군이 계속 분쟁 지역에 주둔하자 합의이행을 촉구하기 위해 이날 러시아를 방문했다. 그루지야 정부는 포티항과 그루지야 주요 지역에 러시아군 수천 명이 남아 있으며, 7일에도 러시아 전투기 2대가 그루지야 영공을 불법 침범했다고 주장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지난달 마련된 평화안의 틀에서 모든 조처가 취해지고 있다”며 “우리는 유럽연합과 파트너십 및 평화를 바라고 대결이나 어떤 종류의 관계 악화도 바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모스크바 방문을 마친 사르코지 대통령 일행은 이날 그루지야를 방문, 미하일 사카슈빌리 대통령과 만나 합의 내용을 전달하고 그루지야 재건 문제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날 합의가 앞으로 제대로 이행되고 사태가 원만히 해결될지는 미지수다. 이날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를 독립국가로 인정하는 러시아의 결정은 최종적인 것이며, 번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서방과 의견차이를 다시 확인하고, “모든 문제가 4시간 안에 해결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이날도 사카슈빌리 대통령을 비난하고, 합의사항 이행을 위해서는 그루지야가 남오세티야를 상대로 무력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드미트리 로고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주재 러시아 대사는 나토가 그루지야를 회원국으로 받아들일 경우 나토와의 모든 협력을 중단할 것이라고 이날 경고했다. 한편, ‘인종청소’ 혐의를 주장하며 러시아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한 그루지야가 러시아의 인권침해 중단을 촉구하는 긴급명령을 요구함에 따라, 국제사법재판소가 3일간 청문회를 열기로 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8일 보도했다.

김순배 황보연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