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유럽

러 ‘경제위기’ 보도제한…생필품 부족 심각

등록 2008-10-16 19:58수정 2008-10-17 01:08

‘위기·붕괴’ 단어 사용금지 지침… 슈퍼마켓 텅비고 “은행 못믿어” 인출 줄지어
러시아 정부가 언론에 재갈을 물리면서까지 전 세계 금융위기의 파장을 축소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15일 보도했다.

러시아 정부는 1998년 금융위기의 재현을 극도로 우려하며 자국 언론들에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자극적인 보도”를 삼가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에코 모스크바 라디오의 블라디미르 바르포로메예프 부국장은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서, 정부가 최근 모든 언론사에 ‘붕괴’나 ‘위기’ 등의 용어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지시했으며, ‘추락’이란 표현 대신 ‘하락’으로 순화해 사용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이 블로그는 곧 폐쇄됐다. 지난주 러시아 증시의 아르티에스(RTS) 종합지수가 19% 떨어지는 등 사상 최대 낙폭을 기록할 때도, 관영방송 채널 3곳 중 단 한 곳도 이를 보도하지 않았다.

그러나 위기는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대표적 부동산개발회사 미락스가 대출금리 상승으로 1천만㎡ 규모의 상업 및 주거단지 건설계획을 취소했다. 모스크바의 슈퍼마켓에선 이달 들어 고기와 생선, 야채, 과일, 담배 등 기본적 생필품까지 부족한 지경이 됐다. 장을 보러 나온 시민 니키타 본다레프는 “텅빈 가게 선반을 보니 소련 시절의 유쾌하지 않은 기억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최근 두 달 새 은행 합병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적어도 10여개의 은행들이 ‘뱅크런’(대규모 인출) 사태를 겪고 있다. 14일에는 중소 소매금융을 담당하는 자산 40억달러 규모의 글로벡스가 예금 인출을 금지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했다.

모스크바에 있는 한 서구 은행의 이코노미스트는 “중소 규모의 은행들은 지금 공황에 가까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심지어 친 정부 신문인 <이즈베스티야>마저 독자들에게 석달치 정도의 생활비를 은행이 아닌 침대 밑에 챙겨두라고 권할 지경이 됐다.

이정애 기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