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1천억유로 규모 국부펀드 설립

사르코지 "“융위기로 ‘시장 독재’ 끝났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23일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자국 경제를 보호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국부펀드의 설립을 발표했다.

금융위기 사태로 유럽의 기업들이 외국에 인수되는 것을 막기 위해 유럽연합((EU) 회원국에 국부펀드 설립을 요구해 온 사르코지 대통령이 EU 순회의장으로서 먼저 국부펀드 설립에 앞장 선 것으로 풀이된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이날 안시를 방문해 한 연설을 통해 최근의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장의 독재'를 종식시켰다면서 국부펀드 설립을 밝혔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이 국부펀드는 국제적인 신용위기로 위협을 받는 중요한 전략기업 등을 보호하는데 광범위하게 관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로랑 보키에즈 고용장관은 이날 현지방송과의 회견에서 사르코지 대통령이 발표한 국부펀드는 1천억유로(1천280억달러) 규모에 달할 것이라고 전했다.

보키에즈 장관은 "사르코지 대통령은 국부펀드를 EU차원에서 제안했으나 동의하지 않는 회원국들도 있었다"라며 "우리는 먼저 프랑스 차원에서 국부펀드를 설립해 필요시 신속하게 대응해 나갈 수 있는 채비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앞서 지난 21일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린 유럽의회에 출석해 "비(非) 유럽 투자자들이 유럽의 기업을 인수하는 것을 막을 필요가 있다"면서 유럽기업 보호를 위해 회원국에 국부펀드 설립의 필요성을 강조했었다.

러시아, 걸프 연안 국가 등 에너지 수출국들이 거대한 외환보유액을 무기로 서방기업의 지분을 마구 사들임에 따라 국부펀드의 중요성은 최근 몇 년 사이에 크게 강조돼 왔다.

한편, 사르코지 대통령은 내달 15일 미국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담과 관련해 "선진국과 신흥국가의 정상들이 참여하는 G20 정상회담이 성공하면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이 우리 앞에 펼쳐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앞서 일간 르 피가로는 사르코지 대통령의 측근을 인용, 2천억유로 규모의 펀드가 창설될 것이라고 보도했었다.

이명조 특파원 [e-mail] (파리=연합뉴스)